해외 산행/日本지역 산행 기록(상세)

일본 100명산, 미야노우라다케(宮之浦岳/해발 1,936m) - 06년 4월17일 산행

HL5FXP (玄心) 2006. 4. 17. 23:38

산행일자 : 06년 4월16일(日) ~ 4월19일(水)

-,2006년도 제 12차 산행


산행지 : 일본 야쿠시마(屋久島)의 미야노우라다케(宮之浦岳/해발 1,936m) 

              & 기리시마(霧島)의 가라쿠니다케(韓國岳/해발 1,700m)


여정(개요) :

 

-,4월16일 :

인천공항 ⇒ 가고시마 공항 (비행시간 약 1시간40분)

가고시마 시내 관광(시로야마 전망대에서 가고시마 명물인 활화산(活火山) ‘사쿠라지마’를 멀리서나마 조망)

 

가고시마 ⇒ 야쿠시마 이동(※)

※가고시마 → 야쿠시마 간 거리는 130km이나 다네가시마(種子島)를 경유하는 경우 시속 80km/Hr의 쾌속선

- ‘토피2호’ - 으로도 2시간30분소요 / 야쿠시마 직항 편은 1시간40분, 가고시마의 특산품인 날치의 일본어가 토피  


-,4월17일 :

미야노우라다케 트레킹(13시간에 걸쳐 약 22km 도보 이동)


-,4월18일 :

오전 야쿠시마 ⇒ 가고시마 이동 후 오후에는 가라쿠니다케 트레킹


-,4월19일 :

가고시마 공항 ⇒ 인천공항  


(야쿠시마 개요)

일본열도를 크게 4덩어리의 섬으로 볼 때 그 중 최남단이자 우리나라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큐슈(九州)인데

이번에 다녀온 야쿠시마(屋久島)와 기리시마(霧島)는 모두 큐슈(九州)가고시마(鹿兒)에 속한 곳으로 가고시마는

2004년 12월 한.일 정상회담 (노무현大統領/고이즈미總理)이 열렸던 곳임.

 

야쿠시마는 가고시마에서 다시 남쪽으로 130km 거리에 있는 크기가 우리나라 울릉도의 3배 정도 되는 섬으로

(둘레 132km, 면적 503㎢, 東西 28km, 南北 24km) 해발 1,936m의 미야노우라다케(宮浦之岳)를 최고봉으로

하여 1,800m가 넘는 봉우리가 6개나 있는 등 섬 전체의 90%가 산악지대인지라 섬의 최고봉인 미야노우라다케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봐도 바다는 보이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든 그저 짙은 녹색의 원시림만 끝없이 펼쳐져 있어

섬 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그런 곳인데 섬의 많은 부분이 1993년 12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

(世界自然遺産/World Natural Heritage)으로 지정된 상태.  


한편, 야쿠시마는 원시림 산악지대답게 원숭이 2만 마리, 사슴 2만 마리 그리고 사람 2만 명이 같이 산다고 해서인지

산행 중은 물론이요 편도 1차선을 간신히 면한 섬 내의 도로에서도 쉽게 사슴을 만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사실 위의

사슴, 원숭이 보다 더 유명한 야쿠시마의 진정한 명물은 해발 600 ~ 1,500m 일대에 분포되어 있는 일본 말로

‘스기’라 불리 우는 삼나무들.


야쿠시마에서는 수령 1,000년 이상 된 삼나무를 야쿠스기(屋久杉)라 부르고 1,000년 미만의 삼나무는 고스기

(小杉)라고 하는데 야쿠시마에는 이른바 야쿠스기가 2,000여 그루가 있다고 하며 그 중에서도 최고 수령을 자랑하는

삼나무가 수령 7,200년의 ‘죠몬스기’(繩文杉)라는 삼나무.


일본 말 죠몬(繩文)이란 말을 의역(意譯)하면 우리말 석기(石器)정도로 풀이할 수 있기에 죠몬스기라 하면 한 마디로

인류 역사의 석기시대부터 존재해 온 나무라는 뜻인지라 이 정도면 가히 산신령 급(?)


위의 죠몬스기 말고도 일정 크기이상의 삼나무들은 거의 이름을 부여 받고 특별히 관리되고 있었는데 대략 정리

보면 - 漢字로만 표기하고 일본 식 호칭은 병기 생략/한자로 의미를 유추 해 보실 것

- 옹삼(翁杉), 윌슨 그루터기(미국의 식물학자 '윌슨‘의 이름을 따서), 대왕삼(大王杉), 부부삼(夫婦杉), 대화삼

(大和杉), 삼대삼(三代杉), 기원삼(紀元杉) 등등등.


야쿠시마에 이렇게 수령 수천 년의 거목(巨木)삼나무가 자라고 지금까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한달 30일 중에 35일

비가 온다는 야쿠시마 특유의 기상 때문인데 년 평균 강우량은 약 10,000mm 이며 이는 세계 최대의 강우량을

나타내는 인도 아셈주의 년 평균 12,000mm에 근접하는 기록이라고.


야쿠시마에 대한 소개를 하나 더 한다면 일본의 유명한 에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노(宮崎駿)가 1997년

발표하여 일본에서만 1,500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는 에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姬/원령공주 怨靈公主)의

배경지인 천연 원시림 지대 시라타니운스이쿄(白谷雲水峽)계곡도 바로 야쿠시마 인데 아쉽게도 이번 산행지 와는

방향이 달랐던 관계로 가 보지를 못 했음.


(미야노우라다케 산행)

야쿠시마의 산행코스는 여러 곳으로 일반 관광객(?)들은 보통 해발 600m의 아라가와(荒川) 등산로 입구에서

출발하여 고스기다니(小杉谷)계곡 옆의 삼림철도(森林鐵道)를 거쳐 해발 약 1,600m에 위치한 죠몬스기(繩文杉)

까지를 왕복(약 18km)하는 8시간 코스가 일반적인데, 우리 일행은 처음부터 미야노우라다케 산 정상을 목표로

하였기 07시20분 해발 1,360m 지점인 요도가와(淀川) 등산로 입구를 출발지로 하여 09시50분 하나노에고

(花之江河-해발 1,600m에 위치한 습지/濕地)를 거쳐 정상인 미야노우라다케(해발 1,936m)에는 11시54분

도착할 수 있었음.

 

여기 정상에서 중식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14시32분 해발 약 1,500m에 위치한 신다카스카고야(新高塚小屋)

산장까지 이동하여 다시 간단하게 간식(컵라면, 커피 등등)겸 휴식을 한 후 다시 산길을 따라 걷고 또 걸어

드디어 야쿠시마의 상징이자 대명사인 죠몬스기(繩文杉)에는 16시23분에 도착.


죠몬스기 안내문을 보니 나무가 위치한 곳의 해발 고도는 1,623m,

수령(樹齡)7,200년, 나무 높이 25.3m, 나무 둘레 16.4m.

글로는 이렇게 표현하지만 눈으로 본 죠몬스기의 웅장한 자태는 지금도 진짜 대단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죠몬스기를 보고 내려오다 보니 도중에 보이는 다른 거목(巨木) 삼나무들인 부부삼(夫婦杉), 대왕삼(大王杉)이라는

것들은 그저 그렇다 싶었는데 윌슨 그루터기(ウィルソン株)라는 이름을 부여 받은 이미 오래 전에 벌채 된 삼나무를

보니 이게 또 물건이었음.


1914년 미국의 식물학자 윌슨에 의해 조사되고 명명 되었다는 이 삼나무는 18세기 말경 벌채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벌채 당시 추정 수령이 3,000년, 남아 있는 밑동의 둘레가 13.8m나 된다는데 한편으로 밑동은 어른 세 명이

양팔을 활짝 펴고 동시에 드나들어도 될 정도로 넓고 큰 구덩이가 파여진 상태,

당연 호기심이 발동하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일본인들답게 안에는 작은 제단(神社)이. 

 

일본인들 같으면 그 앞에서 손바닥 짝짝 마주치며 절하고 기도 했겠지만 ‘대한민국’ 사람이 일본 귀신한테까지

빌 일은 없을 성.

참고로 윌슨 그루터기 앞 안내판에는 주의사항 몇 가지가 쓰여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나무 밑동에 들어가 쉬~ 하는

인간이 혹시라도 있을까 염려돼서일까 ‘용변금지’란다.


17시40분 윌슨 그루터기를 떠 난지 20여분, 오카부호도이리구치(大株步道入口)라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하산 목적지인 해발 600m의 아라가와(荒川)등산로 입구까지는 삼림철도(森林鐵道)를 따라

걷게 돼 있었기 편안한 마음으로 간식도 좀 먹고 계곡에서 물도 뜨고(야쿠시마 섬의 계곡에 흐르는 물들은

그야말로 1급 청정수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음)

야간 이동에 대비 헤드랜턴을 준비하고....

그런데 우리나라 보다 한참 남쪽(북위 30도)이라 그런지 시각이 18시에 접근함에도 산중답지 않게 훤하고 길도

좋아(철도 침목사이에

널빤지가 깔려있어 평지 보행하는 느낌) 이 상태로 가면 금방 도착 할 기분이다.


19시02분 삼대삼(三代杉)이라는 이름을 갖는 삼나무 앞에 도착, 안내판을 잠시 읽어보니 제1대의 추정 수령은

1,200년인데 벌채되었고 그 그루터기 위에 다시 제 2대 삼나무가 자라다 잘려나가고(추정 수령 1,000년) 그

잘려나간 위에 다시 삼나무가 뿌리를 내려 3대가 한몸(?)으로 자라고 있다는데 3대 째 손자라고 어리게 보면

안 되는게 손자 삼나무의 나이도 350살 이라니(하지만, 야쿠시마의 스기 기준으로 따지면 350년은 고스기(小杉)도

한참 고스기)

한편, 삼대삼 부터는 드디어 해가 완전히 져서 랜턴 없이는 전진하기가 어려운 상태였는데 어느 틈에 일행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앞뒤를 살펴도 불빛이 보이지 않는게 달랑 혼자 걷고 있는 상황.

나중에 알고 보니 일행 중에 랜턴 준비가 시원찮은 사람이 몇 있었고(심지어 이번 산행의 가이드로 나선 사람도

준비를 안 하고 와서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하여....)더불어 장거리 산행에 몸이 지치다 보니 걸음이 늦어져 뒤쳐진

이었음.

한참을 걷다보니 앞에서 작은 불빛 두 개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데 아무래도 뭔가 좀 이상하다 싶더니 갑자기 불빛이

딱 멈추길래, 아니 이 시간에 역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나, 그런데 뭐 저렇게 불빛이 약하지 했는데 갑자기

그 불빛이 빙그레 돈다 싶더니 푸다닥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없어진다.

에고 놀래라. 알고 보니 그건 사슴이었는데 사슴도 불을 보면 개나 고양이처럼 눈에 불을 키는 걸 처음 알았음....

그런데 사슴이 저 정도니 호랑이 같으면 진짜 화등잔(宖盞)만한 게 번쩍 댓을 것 아닌가. 사슴보고도 이렇게 쪼는데

“호랑이를 만나도 정신만 차리면~”이라는 말은 말짱 황일 듯싶어 웃음이. 


놀란 김에 잠시 가슴도 추스를 겸 일단 일행을 기다렸다 합류하니 설왕설래(說往說來) 그야 말로 의견이 분분하다.

내용인 즉은 도중에 철도 침목 사이에 깔린 널빤지가 어느 틈에 없어졌고 안내판(이정표)도 없는 게 심히 이상하다.

관광객이 주로 다니는 길인데 일본 사람들이 이렇게 부실하게 관리(?)할 일이 없다.

다시 말해 길을 잘못 들은 것 같다. 그러니 침목 사이에 널빤지가 깔려있던 곳 까지 되돌아가서 거기서부터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와 어쨌든 기차 길(철도)이 있으니 이것만 따라가면 큰 문제없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가이드인데 그 친구도 여기는 초행.

숙소나 안내하고 할 정도지 산행에 있어서는 우리와 같은 입장, 그 나마 이 친구는 숙소(여관)주인한테 우리 일행이

타고 갈 버스를 준비하라는 휴대전화 연락 때문에 철길 따라 진작 혼자 가버린 상태.


시계를 보니 어느 틈에 20시10분, 철도를 따라 걸은 지 벌써 2시간 정도.

죠몬스기에서 만났던 일본 친구들 얘기에 따르면 죠몬스기에서 아라가와(荒川)등산로 입구까지는 대충 4시간 정도

걸린다 했으니 이제 아라가와 주차장(등산로 입구)가 보여야 하는데 칠흑 같은 산중의 어둠속 인지라 보이는 건 없고

들려오는 건 고스기다니(小杉谷)계곡의 스산한 물소리 뿐.


설왕설래 하면서 그렇게들 철길에 배낭을 던져 놓고 뻗치고 앉아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길 한참, 그런데 그야말로

갑자기 철도를 따라 누런 불빛이 빠르게 다가온다.

아니, 저게 뭐야....어, 어, 기차다 기차.... 피해라 피해 !!!!


여기가 폐쇄된 철도인줄 알았더니 멀쩡히 살아있는 철도.

어쨌거나 한 바탕 난리 끝에 기차를 세우고 보니 어럽쇼, 기차 운전수(?)가 우리 일행이 전부 몇 명이냐고 묻는다.

12명이라고 하니 다 탈 수 있을까 모르겠다고 한다.

태워주겠다는 얘기 - ?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기차(1톤 트럭 적재함만한 달랑 1량짜리 전동차)는 야쿠시마전기공업(주)의 산중 전기설비

점검차량(전기 기차)인데 우리 숙소(가모메 여관/가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라는 뜻)주인이 18시부터 주차장에서

기다려도 우리가 오지를 않고 또 우리와 휴대전화마저 통하지 않자 철길을 따라 걸어올 걸 예상하고 야쿠시마전기

공업(주)의 직원한테 한국인 산행자들 조난(?)신고를 하여 지원 차 나온 것이었다.


가이드가 없는 상태에서 일행에게 그렇게 간단하게나마 자초지종을 통역 해주고 나니 일행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가워한다.


그나저나 우리가 기차를 얻어 탄 곳에서 목적지인 아라가와(荒川)등산로 입구까지는 불과 수백 미터.

그렇다면 걸어 왔어도 한 10여분.

제대로 길을 걷고 있었건만 야간 산행 준비 부족에 피로와 낮선 곳이라는 것이 겹쳐 쓸데없는 의심을 만들고

한편으로 명확하니 리더가 없는 상태라 설왕설래(說往說來)했다는 것이 이번 산행의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이다.


그렇게 팔자에도 없는 기차를 타고 아라가와(荒川)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20시38분.

따져보니 아침부터 시작 총 13시간18분이 걸린 셈.

(※빨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아마 혼자서 다시 한다면 10시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됐음)


이 글을 볼일이 없겠지만 늦은 시각에 우리를 위해 일부러 기차를 몰고 나와 주신 야쿠시마전기공업(주)의 이름 모를

직원 분한테 이 자리를 빌려 새삼 감사의 인사를 전 합니다.


-이상, 미야노우라다케 산행기 끝 - (가라쿠니다케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