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산행/日本지역 산행 기록(상세)

일본 100명산, 가라쿠니다케(韓國岳/1,700m) - 06년 4월18일 산행

HL5FXP (玄心) 2006. 4. 18. 23:36

   

(가라쿠니다케 산행 - 4월18일)


가라쿠니다케(韓國岳)는 가고시마 현과 미야쟈키 현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높이 1,700m의 협봉(峽峰)인데 맑은 날

정상에서 한국(韓國)이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4월18일 아침, 야쿠시마에서 다시 토피 2호라는 쾌속선을 타고 가고시마로 돌아온 우리 일행은 부두에서 일본인들이

‘점보 택시’라고 부르는 미니버스(기아자동차 카니발 보다 조금 작았던 느낌/10인승?)2대에 나눠 타고 약 1시간을

달려 기리시마(霧島)국제호텔 이라는 곳으로 가서 일단 짐만 내린 후 바로 가라쿠니다케 산행에 나섰는데 기리시마

(霧島) - 안개(霧) +섬(島) - 이라는 이름이 도심 곳곳에서 안개 같은 허연 수증기가 연신 뿜어져 올라오는 것 때문에

붙여진 것 인지는 몰라도 퀴퀴하니 유황 내음과 함께 독특한 인상을 주는 곳 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큐슈의 가고시마 현, 특히 기리시마 일대는 인근의 사쿠라지마를 포함하여 무려 7개의 활화산이

여전히 활동하는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화산지대라 도심의 아무 곳을 파던 온천수가 쏟아져 나온다는 그런 곳이었음.


가라쿠니다케의 산행 코스는 짧게 2시간부터 6 ~ 8시간까지 다양하다고 하는데 점심시간이 다 되 가던 11시40분에

호텔을 출발한 우리야 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정상까지의 최단 코스를 택할 밖에.

호텔에서 내준 미니버스(20인승)를 타고 대관령 옛길 같은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를 한 20여분 달렸나 도로 좌우가

황폐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곳에 도착했는데 이곳이 가라쿠니다케의 산행 출발지인 에비노고우겐(えびの高原)

이라는 이란다. 에비노고우겐? 직역하면 '새우(에비)의 고원’이라는 뜻 같은데 아무리 봐도 뭘 보고 새우라고

하는 지 알 길이 없다.


여하간 그렇게 산 중턱(추정하건데 해발 1,200m 정도)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얼마 안가 특이한 이정표가 하나

보였다.

한자로 큼직하게 적혀있기를 일합목(一合目/이찌고메)그리고 그 밑으로 좌우에 작은 글자로 → えびの高原 0.4km

/ ← 韓國岳 1.7km  이것은 현 (이정표)지점부터 목적지(정상)까지의 거리를 10등분하여 나타낸 것으로 이제부터

차례대로 이합목(二合目)....오합목(五合目)....구합목(九合目) 이렇게 나타날 판이다.


※고메(合目)라는 단위(?)는 일본에 아직 전기(電氣)가 들어오기 전 기름(주로 아주까리기름)한 병(일본 술집에서

흔히 ‘도꾸리’/とくり라 불리는 술병)으로 불을 밝혀 갈 수 있는 거리(시간)을 의미하였는데 지금은 전체를 10등분

하여 그 한 구간을 의미한다고 함.

-,일본어에 정통한 사람한테 자문을 받은 이야기 임.


그럼, 출발지인 에비노고우겐에서 목적지인 가라쿠니다케 정상까지는 겨우 2km 조금 더 된다는 얘기고 앞으로

1.7km 남았으니 아무리 여유를 부려도 1시간 정도면 도착 가능, 본능적으로 시계를 보니 12시01분인지라 그런대로

점심 먹기에 괜찮을 성 싶다.


여기도 명색이 산인데 우리나라 산과는 달리 나무는 거의 없고 온통 구멍 숭숭하고 시뻘거 죽죽한 화산암,

그것도 너덜의 연속인지라 영 황량하기 짝이 없는데 이래저래 오합목(五合目/고고메)에 도달하니 정상까지 이제

0.9km란다. 시각은 12시28분.

잠시 숨을 돌리며 조망을 살피니 화산지대답게 주변에 전형적인 칼데라 호(Caldera lake)가 여럿 보인다.

아직 가 보지는 못 했지만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이 저러리라 생각하니 아쉬운 대로 발품 값은 눈요기 한 셈.

 

드디어(?) - 그래야 겨우 1시간 이었지만 - 정상도착

시각은 역시 예상했던 것에서 큰 차이 안나는 12시59분

정상에는 韓國岳 標高 1,700m 라는 표지판이 서 있고 정상 바로 아래는 직경 한 300m 정도 되 보이는 칼데라

(Caldera)가 있어 그래 멀리서 보면 삐죽하니 솟아오른 모습만 보이기에 협봉(峽峰)이라 불리는 듯.


아무리 기다려도 같이 시작한 일행은 아무도 올라오지를 않는다.

힘들어서가 아니고 일행 중에 사진작가가 한분 계셔서 아무래도 그 분이 사진을 찍어주느라 그런 듯.

1,700고지답게 바람은 세차게 불어대지만 하늘은 맑았던지라 어디 나도 우리나라를 한번 볼까 싶었는데 도대체

동서남북이 구별 안 되는데다 결국은 근시(近視)에 노안(老眼)까지가 어딜 가겠나 싶다.

그나저나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데 화산암으로 도배해 놓은 외국 산이 금강산에 비할 손인가 기다린 지 벌써

20분도 넘었기 일행이야 오건 말건 야쿠시마 가모메(갈매기) 여관에서 받았던 도시락을 까서 당면한 민생고부터

해결하고 산에까지 짊어지고(?)핸디(Hand Held TRCV)로 CQ나 한판.


CQ CQ CQ

This is JO3GBQ/6, Juliet Oscar Three Golf Bravo Quebec Portable Six, Calling and Standing by

.... 몇 번을 반복 해 외쳐도 이런 전혀 응답이 없다.

할 수 있나 쓰기 싫어도 일본 말로 해야지.


CQ CQ CQ 고찌라와 JO3GBQ 쥬리에또 오스카 쓰리 고루푸 브라보 퀘백 포다부루 시꾸스

두 번 만에 바로 응답이 온다. 고찌라와 JP6LUT 아나타노 신꼬와 59~


일본에서 HAM을 운용할 수 있는 호출부호(면허/License)를 받아 놓은 지 1년하고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일본 면허로 운용을 한 셈이다.


다른 곳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여 원점회귀를 했어야 했기 내려오는 길은 허망했다.

그래저래 일행이 다 모여 호텔로 돌아온 시각이 16시26분.


유황온천(노천탕도 있음)으로 유명한 지역에 왔으니 이틀간의 산행 피로를 온천으로....

-,참고로 노천탕은 男/女 공동인데 사용시간대가 다름!!


※그러나 황당하니 19일 새벽에 겪은 일

 

일본인들은 목욕탕 출입 시(이동 중에는)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다니고, 욕조에 들어가기 전 비누칠하고

다음 샤워하고 그리고 욕조로....그리고 다시 알아서 샤워를 하고....

 

나도 열심히 샤워하고 욕조로 가는데 앞에서 어랍쇼 옷을 잘 갖춰 입은 ‘아줌마’(※)가 나보고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 Good Morning"

 

오잉!!, 내가 여탕(女湯)에 !!! 아닌데 분명 여기도 저기도 남자들이 보이는데....

다른 일본 남자들 별다른 ‘반응’ 없이 그 아줌마한테 같이 ‘오하이오 고자이마스’하고 있더이다.


(※女中/죠쮸, 우리 말로 下女,  일본 목욕탕에서 지금도 필요시(?)에는 ‘죠쮸’가 그렇게 드나드는 듯 - ??)


이상 가라쿠니다케 산행기 끝.

 

 

 

 

 

 

 

 

 

 

 

(뱀발/蛇足)

(06년 4월 18일 - 가라쿠니다케/韓國岳 산행기 마지막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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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온천(노천탕도 있음)으로 유명한 지역에 왔으니 이틀간의 산행 피로를 온천으로....
-,참고로 노천탕은 男/女 공동인데 사용시간대가 다름!!

 

※그러나 황당하니 19일 새벽에 겪은 일
-,일본인들은 목욕탕 출입 시(이동 중에)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다니고, 욕조에 들어가기 전

비누칠하고 다음 샤워하고 그리고 욕조로....그리고 다시 알아서 샤워를 하고....
-,나도 열심히 샤워하고 욕조로 가는데 앞에서 어랍쇼 옷을 잘 갖춰 입은 ‘아줌마’(※)가 나보고

"오하이오 고자이마스/Good Morning"
-,오잉!!, 내가 여탕(女湯)에 !!! 아닌데 분명 여기도 저기도 남자들이 보이는데....
-,다른 일본 남자들 별다른 ‘반응’ 없이 그 아줌마한테 같이 ‘오하이오 고자이마스’하고 있더이다.

 

※女中/죠쮸, 우리 말로 하면 下女, 일본 목욕탕에서 지금도 필요시(?)에는 '죠쮸’가 그렇게 드나드는 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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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인지 위 내용을 설명할 만한 2006년 '4월29일자' 디지털 조선일보 기사

[선우정의 곤니치와, 도쿄]남탕의 여자 때밀이

 

 

 

출장 때문에 머물고 있는 돗토리현 사카이항구의 목욕탕에서 또 당황했다.

남탕으로 불쑥 들어온 여자 청소원 때문이다.

‘일본 시골엔 노인만 산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시골 중에서도 시골인 이곳의 목욕탕 청소원은 마흔 정도 돼 보이는 아줌마였다.

볼에 발그레한 화장까지 했다. 2평 정도의 작은 노천탕에서 마음을 푹 놓고 있는데,

아줌마가 불쑥 탕으로 오더니 물을 한 바가지 퍼간다.

청소에 쓸 요량인가 보다. 순간 다리를 오므렸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왜 이러나’ 싶었다.

 

아줌마와 두 번째 만난 곳은 탈의실이다.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또 들어와 일명 ‘찍찍이’로 바닥의 머리카락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어찌나 꼼꼼히 청소를 하던지 알몸 사내의 발밑까지 ‘찍찍이’를 들이댔다. 얼른 수건으로 가렸다.

물론 아줌마는 내 몸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목욕탕에선 바가지, 탈의실에선 ‘찍찍이’만 바라볼 뿐이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가는 도쿄의 집 근처 목욕탕도 청소원이 여자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다. 화장은 물론 안 한다.

‘몸빼’로 불리는 풍성한 바지에 한 손엔 꼭 전기 청소기를 들고 남탕을 누빈다.

 

할머니의 특징은 동네 할아버지들과 매우 친하다는 것이다.

남탕에서 오랜 교분(?)을 쌓은 모양이다.

‘특정 부위’만 수건으로 가린 할아버지와 수다를 떤다.

그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면 일본 목욕탕에선 성(性)의 장벽이란 애당초 없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난 아직도 죄인처럼 할머니를 슬슬 피해 다닌다.

 

가장 당황한 것은 작년 여름 도쿄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쯤 걸리는 ‘아타미’란 유명 온천에서 알몸으로

여자를 대한 순간이다.

5층짜리 커다란 온천 목욕탕이었는데 속칭 ‘때밀이’로 불리는 남탕의 세신사(洗身士)가 여자였다.

청소원은 바닥을 닦지만, 세신사는 사람 몸을 닦는다.

게다가 힘이 필요한 직업이라 아타미의 여자 세신사는 젊었다.

 

빨강 반바지에 흰색 민소매 셔츠를 입고, 달랑 수건 한 장 걸친 남자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으면서

때수건으로 몸을 문질렀다.

내가 감탄한 것은 여자 세신사가 아니다.

초연하게 알몸을 맡긴 일본 남자들이다. 염불이라도 외우는 것일까? 미동도 없다.

어떻게 평상심을 유지할까 싶었다. 나는 엄두를 못 냈다.

 

몇 년 전 독일에서 만난 한국 주재원이 “프랑크푸르트에 오는 한국 손님은 툭하면 남녀 혼탕에 가자고 한다”고

불평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데리고 가면 엉뚱한 환상에 젖어 흥분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얘기다.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인지 농담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 듯했다. 안마, 마사지에서 심지어 멀쩡한 이발소까지 여자 손길이 닿는 곳이면 영락없이 퇴폐로

흘러간 것이 한국 사회의 습성 아닌가?

 

내가 여자 세신사를 두려워한 것은 ‘내 마음’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때를 미는 데 세신사의 성별이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본질과 상관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엉뚱한 ‘분별’을 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남성의 나쁜 버릇이 아닐까?

 

분명 여자 앞에서 당황하는 나 역시 한국 남자 중 한 명이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알몸으로 대하리라. 분별없이, 미동도 없이.

 

선우정 조선일보 특파원 su@chosun.com [출처 : 디지털 조선일보 06년 4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