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겨울산행 때 장비는 잘 챙기면서 '이것'은 쉽게 간과한다

HL5FXP (玄心) 2016. 2. 3. 22:19

겨울철 눈꽃산행, 동상·동창 주의하라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영화 ‘히말라야’가 새해 벽두부터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산악인들의 도전과 감동실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의 눈 덮인 절경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필자는 영화의 흥행요소 중 하나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남다른

산사랑도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는 산이 많은 지형이라 예로부터 '숭천숭산사상(崇天崇山思想)'을 뿌리로

산을 오르며 건강을 지키는 사람이 많았다. 사는 곳 주위에 손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있으니 그만큼 산을 가깝게

느끼는 것. 몇 해전부터 여기저기 등산전문장비를 취급하는 매장이 늘어나면서 등산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필자도 건강을 위해 등산을 추천한다. 등산은 장시간 전신의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으로 지구력과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지구력을 강화할수록 직장인의 만성피로에 도움이 돼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적합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삭막한 요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

또 산을 오르며 자연스럽게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영화 '히말라야'의 한 장면. /CJ E&M 제공

 

이번 한해도 건강을 지키고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등산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눈꽃

산행철이지 않은가. 일단 마음먹고 뒷산이라도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 등산이지만 겨울 산은 만만치 않다.

얕은 산이라도 얼어있는 땅을 잘못 디뎌 넘어질 수 있으니 아이젠, 등산 스틱 등의 장비를 잘 챙겨야 한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인 필자가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동창, 동상이다. 보통 미끄러운 겨울 산을 위한 준비는 철저하지만

동창과 동상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동창은 추위에 오래 노출돼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간지럼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어린이나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추위에 노출되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코나 귀 끝에 걸리기 쉽고 실내로 들어왔을 때 쓰라리고 간지러운 증상이 있다.

 

동창이 생기면 마찰로 열을 낸 손과 헝겊으로 싼 핫팩을 이용해 부위를 녹여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40℃ 정도의

따뜻한 물(팔꿈치를 담갔을 때 뜨겁지 않고 따뜻한 정도)에 담가 천천히 녹여도 좋다. 부위를 문지르거나 필요 이상의

압력을 주면 세포손상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부위를 깨끗이 씻은 후에는 잘 말려 보습크림을 듬뿍 바른다.

크림이 마를 때마다 바르면 가려움을 예방할 수 있다.

 

증상이 악화돼 수포가 발생했다면 섣불리 손대지 말아야 한다. 추가적인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터트리기보다 병원으로 이송 후 전문의에게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것이 좋다. 만일 수포가 터졌다면 즉시 연고와

소독약을발라 감염을 막아야 한다.

 

 

               동상 부위를 난방 기구에 가까이 대거나 문지르면 피부 괴사나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따뜻한 물(38~42도)에 동상 부위를

                   20~40분간 담그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선일보DB

 

동상은 영하 2~10℃ 추위에 노출되면 동창의 증상을 넘어 연조직이 얼어 국소적으로 혈액순환이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동상 초기에는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나 따뜻한 곳에 가면 피부가 가렵고 차가운 느낌이 들며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피부가 빨갛게 부풀기도 한다.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실내에 들어가 젖은 옷을 벗고 동창이 걸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40℃ 정도의 따뜻한 물에 한 시간

정도 부위를 담가 천천히 녹인다. 마음이 급하다고 라디에이터, 모닥불, 헤어드라이어 등의 건조하고 직접적인 열을

이용하면 안 된다. 이미 동상으로 인해 손상 받은 부위 조직들의 감각이 둔화돼 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화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열이 난다고 해서 알코올섭취를 하는 경우가 있다.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말초혈관을 일시적으로

확장해 열이 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열손실이 일어나 저체온증을 초래할 수 있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담배도 삼가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응급처치를 잘 해도 사후약방문이라, 미리 준비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동창과

동상을 막으려면 체온을 유지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특수섬유를 이용한 발열 소재의

내의 등 얇고 따뜻한 방한복이 시장에 많이 나와있다. 이런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움직임이 제한되지 않도록 해야

체온을 유지하면서도 혈액순환을 원활히 할 수 있다. 내의는 반드시 땀을 흡수하고 잘 마르는 재질로 입어야 한다.

땀에 젖은 내의는 차갑게 식어 동창, 동상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신발은 너무 꽉 끼지 않아야 발의 혈액순환을

방해하지 않는다.

설산이라면 방수가 되는 신발을 신어 양말이 눈에 젖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여분의 마른 양말을 준비해 양말이

젖을 때마다 갈아 신어야 동창과 동상을 예방할 수 있다.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연세대학교 부속 세브란스병원에서 피부과 전공의 과정을 거쳤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분당 차병원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피부과학회, 대한의학레이저학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대한피부미용외과학회의 정회원이자 연세스타피부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새로운 레이저가 나오거나 치료법이 발표되면 자신의 팔에 직접 시험까지 해보며 그 효과를 점검하며 연구에 매진한다.

2002년에는 화상흉터 치료법인 ‘핀홀법’을 개발하여 화상환자 치료의 새장을 열었다. 중증 여드름흉터 등 각종 흉터 치료에

대한 노하우도 높다. 저서로는 『메디칼 바디 케어』가 있다. E-mail : kang3261@gmail.com


[출처] 2016.2.03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