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충청지역

월악산 (송계리 - 덕주골) 산행기 (03년 05월18일)

HL5FXP (玄心) 2003. 5. 18. 22:57

지난 5월17일 토요일, 직장 업무가 경기도 여주와 강원도 원주(문막)에서 있었든 데다 같은 날 취미로 하고 있는 HAM 관련

전국 모임이 충북 충주에서 자정 무렵에야 끝나게 돼 있었기 시간 들여 충주까지 간 김에 근처의 산을 하나 해야겠다 싶어

원주 치악산(비로봉), 영주 소백산, 제천 월악산을 일단 꼽았는데 치악산과 소백산은 몇 차례 올랐었지만 월악산은 아직 이었었기

고교 동기들과 월악을 선택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산행일자 : 2003년 5월18일(일요일)

산행코스(등산 4.3km + 하산 5.9km = 10.2km)
-,등산 : 송계리 - 주능선삼거리 - 영봉(월악산 정상/해발 1097m)
-,하산 : 영봉 - 주능선삼거리 - 960봉 - (자연경관로) - 마애불 - 덕주사 - 덕주골

소요시간 : 등산 2시간 50분 + 하산(점심 식사 포함) 3시간 49분 (합계 6시간 39분)

시간대별 기록 :
-,06시51분
방금 병성이 부부와 잠실에서 만나 약속장소인 건국 대 충주캠퍼스 앞으로 출발 한다는 영재의 휴대폰 전화가 걸려왔다.
예상 도착시각은 08시30분.
어제 김철우畵伯 집에서 한잔 씩 했다고 들었건만 아침 일찍 들려오는 목소리는 싱싱하기만 하고 낮선 곳에서의 하룻밤이었기

헝클어진 잠을 잔 상태인 내 목소리가 오히려 갈라진 느낌이다.

-,07시51분
서울서 날라들 왔나 벌써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며 어디쯤에 있냐는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08시05분
검정색 산타페 승용차 한대가 길옆에 양쪽 방향지시등을 깜박이며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드디어 합류.
병성의 집사람이 서울서부터 직접 몰고 온 차란다.

-,08시42분
식사를 어디서 할까 잠시 헤매다 적당한 식당을 발견 올갱이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어제의 술이 모자랐나 아님 해장인가 병성이 아침부터 50세주를 찾다가 없다는 주인 집 딸 내미 말에 식당에서 담가놓은 가양주를

청 하는가 싶더니 그 순간 튕기는 두 마나님들 무언의 압력에 굴복해서인지 그만 꼬리를 내린다.

-,09시07분
하산 예정지인 국립공원 월악산 경내 덕주골 주차장에 도착했다.
(*국립공원 월악산 입장료 겸 주차료는 500원/인)
병성의 집 사람 차는 여기 세워놓고 일행은 덕주골에서 2km 떨어진 오늘의 등산 출발지 송계리로 각현의 차를 이용 다시 이동.

-,09시14분
드디어 송계리에서의 본격적 산행이 시작됐다.
안내서를 보니 출발지점의 해발표고는 165m 이고 오늘의 목적지인 월악산 정상 영봉까지는 4.3km 라고 되어있다.
한 10분 쯤 진행하면 왼편으로 절도 보이고 철다리도 두어 개 건너게 되는데(그 중에 하나가 동창교 인 듯/동창교를 기점으로 00km 라는

산행 표지판이 자주 눈에 띔)거기서 좀 더 진행하면 역시 왼편으로 당집(*山神閣 or 七星閣/누각 주변에 전형적인 금줄과 돌무덤이 보임)이

보이는데 여기를 지나면 본격적인 비탈길이 시작된다.

-,10시59분
본격 산행이 시작 된지 1시간 45분경과.
산행 안내판을 보니 해발 표고 780m, 영봉까지1.9km 남았단다.
약 2.4km 정도 걸은 셈인데 비교적 가파른 길로 쳐 올랐던 만큼 땀도 제법이 흘렸기 드디어 몸이 완전히 풀린 느낌이다.
영재 부부야 지난겨울 설악산 27km를 야간 주파한 “깡다구”들이니 그렇다 치고 오늘 처음 본 병성이 집 식구도“손오공”(병성의 늦둥이

정민의 별명)엄마답게 발걸음이 아주 가벼워 보이는데 대신 또 다른 늦둥이(※)가 들어앉았음이 완연히 표 나는(나는 한 4개월로 보았는데

아줌마 들 왈, 그건 거의 “막달”의 몸매라고)병성이가 아들 손오공의 명성을 흠내고 있다.
(※옛말에 틀린 게 없어 父生我身 母鞠吾身 -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11시10분
드디어 주능선삼거리에 도착했다.
해발고지 880m 지점.
삼거리라기보다는 공중전화 부스도 있고 넓직한 게 흡사 산속의 광장(廣場)같다.
그래서 인가 단체 산행 객이 한 떼 몰려서는 사진을 찍는다고 법석대고 있다.
여기서부터 영봉까지는 1.5km, 하산 코스로 생각하는 덕주골 방면 마애불 까지는 1.9km, 산행시점 이었던 송계리 까지는 2.8km.

-,11시24분
해발 900m 지점에 도착.
여기서는 바로 코앞에서 정상인 영봉을 볼 수 있는 데 영봉은 거대한 암봉(巖峰)인지라 바로 올라갈 수가 없기 영봉 아랫녘을 동편(진행방향

왼쪽)으로 크게 감싸고돌아야 한다.
※경고판 : 바위가 푸석해서 인가 예기치 않은 낙석을 주의 할 것과 특히 암벽등반은 절대 금지한다는 경고판이 유난스럽다.

한편, 월악산의 또 다른 산행루트인 수산리 코스(수산리 - 보덕암 - 하봉 - 중봉 - 영봉)를 위한 이정표로써 해발 900미터 표지판에는 영봉

1.15km, 중봉 1.8km, 마애불 2km가 같이 써 있다.

-,11시31분
900고지부터 약간 내리막을 타기 시작 또 다른 삼거리에 도착했다.
정상을 코 앞에 두었기 올라가야 할 판인데 내리막으로 빠지는 바람에 해발표고는 855m.
여기는 월악리에서 시작하여 신륵사를 거쳐 영봉으로 올라오는 또 다른 월악산 산행 코스의 합류점 중 하나이다.
이정표를 보니 신륵사 까지 2.8km(여기도 급경사 비탈길), 마애불 2.6km, 목적지인 영봉까지는 0.8km 남았단다.

-,11시49분
신륵사 방면 삼거리를 지나서 약 500m 정도를 제법 경사 급한 내리막으로 한참이나 영봉을 끼고 커브를 돌다 다시 정신없이 오르막으로

쳐 오르고 하다 보니 해발 980m 표지판이 보인다.
경사 급한 산길을 기차가 단번에 오를 수 없어 지그재그로 전진, 후진을 반복하여 오르는 것을 스위치백(Switchback)이라고 한다더니

똑 같은 것은 아니지만 월악산 영봉 오르기가 꼭 그 모양이다.
이 지점부터 영봉까지는 이제 내리 오르막뿐으로 급경사의 나무 계단길이 끝없이 정상을 향해 있는 게 보인다.

(참고로 여기서부터 수산리 코스의 기점 중 하나인 보덕암 까지는 3.7km)

-,12시04분
드디어 월악산 정상 영봉(靈峰)에 올랐다.
산행시작 2시간 50분 만이다.
월악산의 명칭 유래는 달이 뜨면 여기 영봉에 달이 걸리기에 그렇다고 하며 아울러 나중에 덕주골에 도착해서 확인 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산 중에 정상의 봉우리 이름을 靈峰이라 호칭하는 곳은 민족의 靈山 白頭山과 여기 月岳山 뿐이란다.
국립공원 월악산 영봉 해발 표지 석은 의외로 초라한 느낌이 드는 A3 크기 정도의 화강암 이었는데 여기에는 분명 월악산영봉 해발 1097m
라고

음각되어 있건만 산행지도에 따라서는 1094m 와 1093m등 제 각기로 적혀있다. 어느 게 맞는지?
여하 간에 정상에서는 멀리 강원도 원주 치악산의 남대봉과 비로봉 까지도 관망이 가능하다
고 되어있건만 옅은 안개가 끼어 있어서 산 아래에 펼쳐진 충주호 만 뚜렷할 뿐 좀 그랬다.

 

-,12시13분
정상에서 약 20여 미터 정도 내려온 곳에 맞춤한 빈터가 보이 길래 점심을 차렸다.
졸지에 홀아비인 나는 그야말로 입과 마실 물 뿐 이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어디 그런가.
상추와 돼지불고기, 오징어무침, 보기에도 맛있게 노릇노릇 구워진 갈치하며 빼 놓을 수 없는 김치 등등....
소주도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겨우 1홉이 될까 말까 한 정도이다.
마침 내 배낭에는 등산 갈 때면 그냥 습관처럼 넣고 다니는 2.5온스(fl.oz)짜리 포켓용 술병이 하나 있었고 여기에는 당연 위스키가 들어

있었는데 그걸 영재한테 건네주었더니 일회용 스치로폼 용기(밥공기)에 먼저 소주를 가득 붓고는 거기다 그 알량한 위스키를 들이부어
간단하게 폭탄주로 만들어 버린다.(아쉽지만 각현은 아직 100일 年功 중이라 손가락만...?)
아침을 올갱이 해장국으로 한 그릇 씩 분명히 했건만 산에서의 칼로리 소비가 많아서인지 준비해 온 밥이며 반찬은 어느 틈에 동이 났고

디저트로 양갱(羊羹)까지 한 조각 씩 하니 조금은 살 것 같다.

-,13시05분
배낭을 다시 꾸리고 자연에 반납(?)할 것은 반납하고(두 분 여인네들도 나라의 기둥 아줌마들 답게 알아서 들 해결 하시고)본격적인

하산을 시작.

영봉에서 내리막으로 855고지까지 신나게 내려갔다 다시금 오르막을 타려니 배가 불러서 인가 불과 얼마 안 되는 거리인데도 갑자기

발걸음이 무겁다.

-,13시37분
다시 주능선삼거리, 해발 880고지에 도착했다.
정상인 영봉에서부터 1.5km를 내려온 셈이다.
여기까지는 등산 시 거쳐 온 길이고 이제부터 마애불 방면으로 빠져야 한다.

-,13시41분
마애불 방면으로 능선 길을 타고 얕은 막한 고개를 하나 넘으니 갑자기 앞이 탁 터지며 잘 관리된 헬리포트(Heliport)가 하나 나타난다.
여기서 본 월악산 영봉의 모습이 예쁘기에 사진 한 장 찰칵.

-,13시53분
월악산 자연경관로라 이름 붙은 루트의 시작점인 960고지에 도착했다.
역시 이름대로 주변의 전망이 아주 볼만하고 깊은 산속에 들어온 느낌이 드는 것은 좋은데 마애불까지 1.2km, 지금부터 급경사 계단 길을

내려갈 생각을 하니 무릎이 아파온다.
하기야 덕주골에서 올라오는 코스를 택한 사람들은 이 급경사 계단을 올라올 판인데 우리는 내려가는 상황이니 그에 비하면....
여기서 재미있는 상황이 하나 있었던 게 북미 대륙 동편의 저 카리브 해(Caribbean Sea)에 출몰 했음직 한 해적(海賊)처럼 제비 꼬리

같이 끝이 갈래진 두건(버프)을 머리에 홀랑 뒤집어쓰고 얼굴에는 하얀 염소수염을 기른 白人 청년 하나가 급 경사 길을 아주 탄력있게

올라가는 걸 보았나 싶었는데 그 한참 뒤에 따라 오던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의 젊은 청춘남녀가 그 염소수염의 일행 이었든지 갑자기

“데이빗” 하고 그 염소수염을 부르더니만 Let's go back 하며 그만 되돌아가잔다.
그 외국 청년은 한참 탄력 붙어 신나게 올라가두만 조금 있다 다시 털래털래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하는 눈치다.
그런데 그 염소수염의 이름 “데이빗”하는 소리가 내게는 꼭 Rabbit 이렇게 부르는 것 처럼들리더라.
그 만큼 그 외국청년의 발걸음이 경쾌해 보였기 때문이었던가 싶다.

-,14시28분
계단이며 경사 급한 비탈길들을 한참 내려왔다 싶은데도 덕주골까지 아직 3km란다.
이것은 정상인 영봉부터 2.9km 내려왔다는 이야기이자 결국 이제 하산 길 절반을 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 위치의 해발은 710m


-,14시45분
보물 제406호로 지정된 마애불에 도착.
마애불은 덕주사(德周寺)법당 동쪽 편에 있는 큰 암벽의 남면(南面)에 높이 14m, 폭 5.4m, 머리 높이 3.7m 로 새겨진 석불인데 안내판을

보니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딸 덕주공주(德周公主)가 자신의 얼굴을 형상화 한 것 이라는 설(說)도 있지만 불상을 미술학적 으로

검토 해 본 결과 고려 중기에 조각된 것으로 판정되어 說은 說 이라고....
그것 보다 마애불 바로 아래에 샘터가 있었기 목마른 산 꾼들 목축이고 물 보충하는데 는 아주 그만이었음.

-,15시03분
덕주골까지 2km 남았다는 표지판 통과.
이 지점의 해발고지는 420m, 한편 영봉 목표 등산객들한테는 아직 3.9km 남은 지점.
마애불을 지나고 부터 급경사 길은 더 이상 없어 무릎 아플 일은 덜한데 그래도 걸핏하면 너덜지대라 하산에 속도가 잘 붙지 않는다.
한편 그 나무껍질이 끓여 먹으면 위장병에 좋다는 느릅나무도 자주 보이던 데 이게 야생초 박사 오창훈이 한테 걸렸으면 홀라당 껍데기

베껴질 거라는 영재 말에 “맞습니다 맞고요”.
(덕주사 입구의 느릅나무는 특히 쓸 만 해 창훈이가 보았으면 “심봤다” 했을 듯)

-,15시29분
드디어 덕주골 이다.
여기에는 앞에서도 언급한 신라 말의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머금은 채 머물렀다는 덕주사가 위치한 곳이다.
두 여인네는 화장실로 영재와 나는 약간 피곤하기도 했고 별로 필요성도 못 느껴 절 구경은 포기하고 그저 절 입구에 있는 남근석(男根石)에

대한 유래(※)를 대충 보고 사진 한 장으로 대신했는데 이러는 와중에 뒤 따라 내려오던 병성이가 그만 사라져 버렸다.

※남근석 유래(요약)
덕주사 뒤편 수산리 방면에서 월악산 정상 영봉을 바라보면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인지라, 음양의 조화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남근석을 세 개

....(1개 갖고는 부족해서, 3개씩이나?)

-,15시39분
덕주사를 벗어나 한 10분 정도 전진하니 차곡차곡 쌓인 거대한 돌무더기가 보인다.
전형적인 석성(石城)으로 바로 덕주산성(지방기념물 제35호) 東門의 흔적.
이 덕주산성은 고려 말부터 조선조 초기에 걸쳐 축성된 것이라 두 시대의 건축 양식을 조명할 수 있단다.
덕주산성을 지나 주차장까지 가는 길 양편으로 자그마한 소(沼)와 담(潭)이 어우러진 계곡이 눈에 띄는데 여기가 바로 송계 계곡, 그 중에 한곳

이름은 수경대(水鏡臺)라고 되어있다.
이름만 보아도 미루어 짐작이 가는 곳인데 지금은 그 일대가 지역주민의 상수원으로써 보호대상지이건만 앞에서 사라진 우리 유병성 동무는

척하니 그 속에서 머리감고 발까지 닦고있다.
우리는 저를 찾아 헤맸는데.

-,15시53분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
산행은 완료되었으나 그냥 갈수 있나.
메기에 징거미며 민물새우, 그리고 야채와 수제비가 들어간 민물매운탕 한 냄비 해야지.
맥주 두병으로 입가심 한 일행(각현은 빼고) 이어 오십세주 2병으로 발동을 걸었다.

-,19시30분
일행과 헤어진 각현은 구미 가는 길에 중탄산.칼슘 온천이라고 선전 요란 한 문경온천(溫泉)에서 한숨 잘 자고 가는데 영재 전화가 걸려오기를

아까 덕주골 주차장에서 걸린 발동이 지금 잠실에서도 한참 이라고.
올 때도 그랬지만 서울 갈 때도 길 안 막혀 별 고생 없이 잘 갔다는 이야기 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