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도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매월 1회 이상 산에 오르는 인구도 1,500만 명을 넘었다.
-
그렇다면 어림잡아도 65세 이상 등산인구가 100만 명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산행을 즐기고 예찬하는 필자 같은 의사 입장에선 이런 현상을 적극 환영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
또한 노년기 산행에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당부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글로 옮겨본다.
수년 전 서울 근교 산을 오르다가, 한쪽 어깨 관절이 탈구되어 한쪽 팔로 어깨를 감싸쥔 채 어렵게 산을
-
내려오는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다.
-
일단 벤치에 눕혀 빠진 팔을 맞춰 보려 했지만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고 무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
그래서 일단 가지고 있던 탄력붕대와 반창고를 이용해 메고 오신 배낭을 복부에 대고 팔을 고정시킨 후,
-
119구조대를 불러 후송해 드린 적이 있었다.
-
아주 높은 산이 아니었고 거의 하산한 지점이었기에 큰 낭패를 보진 않았지만,
-
막상 혼자 그런 경우를 당한다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60세가 되면 20, 30대에 비해 평형감각은 약 30%(70% 감소)로, 근력은 50%로 저하된다.
-
물론 유연성과 민첩성도 저하되므로 내리막길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위의 어르신처럼 내리막길에서 넘어져 발생하는 부상이 가장 빈번하므로 하산 시엔 등산스틱을 꼭 이용하고,
-
되도록 경사도가 약한 쪽을 하산코스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위에서 언급했듯이 평형감각이 근력보다 더 심하게 저하하는 데다, 시력 또한 저하된 상태다.
-
최근에 상용화되고 있는 다초점 렌즈는 하산 시에 초점이 잘 안 맞아 어지러운 경우가 더 자주 발생될 수 있다.
-
- 외발로 눈 감고 서있기 등 훈련 필요
그러므로 평소에 외발로 오래 서 있기나 눈감고 서 있기, 일직선을 따라 걷기, 평형대에서 걷기 등
평형감각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며, 등산할 때에는 다초점 렌즈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
또한 장기 산행으로 인한 칼로리 소모로 판단력 저하나 몸의 불균형이 오지 않도록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
지니고 다니면서 탄수화물을 보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산에 오를 때에도, 근력 저하로 인해 현재 체력이 20, 30대의 2분의 1 정도임을 고려해야 한다.
-
가능한 배낭을 가볍게 하고, 꼭 필요한 짐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배낭에서 빼낼 필요가 있다.
산에서 내려올 때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면, 산을 오를 때는 심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을 조심해야 한다.
-
최대심박수(220)의 70~75% 정도의 심박수(예컨대 60세라면, 최대심박수는 220-60=분당 160회이고,
-
적정심박수는 160의 70~75%, 즉 분당 112~120회)에 도달하면 10분 이상 등산을 계속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약간의 휴식으로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쉬어 준 후 다시 등산을 이어가는 것이 산행 중 심장질환의 발생을
-
억제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하산할 때와 마찬가지로, 근육의 피로를 덜어 주기 위해 탄수화물의 보충이 필요하고(보통 2시간마다
-
1번씩 보충하도록 권고), 충분한 수분섭취로 탈수를 방지해 주어야 한다.
물론 노년기의 체력은 청·장년기보다 개인차가 커서 최대심박수 등으로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평소에 꾸준한 운동량과 근력을 유지해 노년기에도 청·장년기 못지않은
-
체력을 유지하는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또한 노년기엔 50% 정도 만성질환을 지니게 되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개인적으로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
필요가 있으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계속 등산을 즐기기 위해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성인병에 해당하는 고혈압, 대사증후군,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질환은 6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
거의 50% 이상에서 이환되어 있으므로, 등산하는 성인의 40~50%는 이미 기존 질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
-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런 기존질환에 대한 철저한 대처와 더불어 산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
예컨대 당뇨환자가 저혈당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 사탕 등의 당분과 ‘당뇨환자 인식표’, 만약에 발생될 수 있는
-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에 대비한 니트로글리세린 등의 응급약, 응급환자 발생 시 도와줄 수 있도록
-
응급처치법의 숙지 등이 필요하다.
-
또한 천식이 있는 환자라면, 심호흡과 차가운 공기 등으로 인해 천식발작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흡입제
-
(벤토린 등)를 반드시 지참하고 다녀야 한다.
-
또한 동계 산행 시엔 한파에 의해 뇌혈관의 수축이 유발될 수 있고, 그로 인한 뇌졸중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
있으므로 반드시 모자를 착용해야 한다.
산행과 자전거 타기, 찰떡궁합 대체운동
이상적으로는, 산에 오르기 전에 자신의 체력을 정량화해서 어느 정도의 산행이 가능한지 미리 점검한 후
-
산행에 나서는 것이 좋다.
-
일반적으로 가파른 산의 경사가 20도 정도이므로, 러닝머신의 경사도를 16~20도에 맞추고 시간당 몇 km의
-
속도로 걷기가 가능하며, 얼마나 오랜 시간 걸을 수 있는지 파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병원이나 스포츠의학센터에서 미리 심폐기능이나 근력을 측정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더 쉬운 방법으로는, 일반적인 계단의 경사도가 25도임을 감안하여 아파트 1층 높이를 3m로 계산해서
-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연습을 하면서 자신의 체력을 측정할 수도 있다.
-
25층 아파트를 끝까지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다면 급경사의 산을 고도 100m가량 쉬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
체력을 갖추었다고 간주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전거 열풍이 불면서 산행과 더불어 남녀노소 없이 가장 즐기는 레포츠가 된 듯하다.
-
자전거 타기는 산행 시 사용하는 무릎 주위의 근육들을 강화시켜 줌으로써 근력저하가 우려되는 노인들에겐
-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
더군다나 하산 시 가장 큰 고통이 되는 무릎통증을 감소시켜 주는 매우 좋은 운동이다.
-
그러므로 산행과 자전거 타기는 상호 사용하는 근육이 미묘하게 다르면서 각기 부족한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
역할을 하므로,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
밖에서 자전거 타기가 힘든 환경이라면, 고정자전거를 집에서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씩 타는 것도 좋은
-
대체운동이 될 수 있다.
지금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속도로 6시간의 장기산행을 마치고 파안대소하며 하산하던 82세인 두 부부를
-
잊을 수 없다.
-
인생 100세! 삶이 다할 때까지 산행할 수 있도록 오늘도 꾸준히 산에 오르시는 어르신들께 찬사를 보내며,
-
필자도 올해 목표로 무릎 주변의 근력 강화와 꾸준한 운동 및 식이조절로 3㎏의 체중 감량을 달성하고
-
허리 근육 스트레칭과 더불어 유연성과 평형 능력을 좀더 보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출처] 월간 산 201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