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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건강 | 노년기 등산] 60대는 평형감각·근력 50% 저하

HL5FXP (玄心) 2013. 4. 13. 13:07
[등산과 건강 | 노년기 등산] 60대는 평형감각·근력 50% 저하

             글 : 노민관 원장 노민관가정의학과 서울시의사산악회 섭외이사

 
       오를 땐 심장질환 특히 조심해야… 탄수화물 보충도 필수

우리나라도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매월 1회 이상 산에 오르는 인구도 1,500만 명을 넘었다.

그렇다면 어림잡아도 65세 이상 등산인구가 100만 명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행을 즐기고 예찬하는 필자 같은 의사 입장에선 이런 현상을 적극 환영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또한 노년기 산행에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당부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글로 옮겨본다.


수년 전 서울 근교 산을 오르다가, 한쪽 어깨 관절이 탈구되어 한쪽 팔로 어깨를 감싸쥔 채 어렵게 산을

내려오는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다.

일단 벤치에 눕혀 빠진 팔을 맞춰 보려 했지만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고 무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가지고 있던 탄력붕대와 반창고를 이용해 메고 오신 배낭을 복부에 대고 팔을 고정시킨 후,

119구조대를 불러 후송해 드린 적이 있었다.

아주 높은 산이 아니었고 거의 하산한 지점이었기에 큰 낭패를 보진 않았지만,

막상 혼자 그런 경우를 당한다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60세가 되면 20, 30대에 비해 평형감각은 약 30%(70% 감소)로, 근력은 50%로 저하된다.

물론 유연성과 민첩성도 저하되므로 내리막길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위의 어르신처럼 내리막길에서 넘어져 발생하는 부상이 가장 빈번하므로 하산 시엔 등산스틱을 꼭 이용하고,

되도록 경사도가 약한 쪽을 하산코스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평형감각이 근력보다 더 심하게 저하하는 데다, 시력 또한 저하된 상태다.

최근에 상용화되고 있는 다초점 렌즈는 하산 시에 초점이 잘 안 맞아 어지러운 경우가 더 자주 발생될 수 있다.

 

 
외발로 눈 감고 서있기 등 훈련 필요

       그러므로 평소에 외발로 오래 서 있기나 눈감고 서 있기, 일직선을 따라 걷기, 평형대에서 걷기 등

       평형감각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며, 등산할 때에는 다초점 렌즈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장기 산행으로 인한 칼로리 소모로 판단력 저하나 몸의 불균형이 오지 않도록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지니고 다니면서 탄수화물을 보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산에 오를 때에도, 근력 저하로 인해 현재 체력이 20, 30대의 2분의 1 정도임을 고려해야 한다.

가능한 배낭을 가볍게 하고, 꼭 필요한 짐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배낭에서 빼낼 필요가 있다.


산에서 내려올 때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면, 산을 오를 때는 심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을 조심해야 한다.

최대심박수(220)의 70~75% 정도의 심박수(예컨대 60세라면, 최대심박수는 220-60=분당 160회이고,

적정심박수는 160의 70~75%, 즉 분당 112~120회)에 도달하면 10분 이상 등산을 계속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약간의 휴식으로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쉬어 준 후 다시 등산을 이어가는 것이 산행 중 심장질환의 발생을

억제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산할 때와 마찬가지로, 근육의 피로를 덜어 주기 위해 탄수화물의 보충이 필요하고(보통 2시간마다

1번씩 보충하도록 권고), 충분한 수분섭취로 탈수를 방지해 주어야 한다.


물론 노년기의 체력은 청·장년기보다 개인차가 커서 최대심박수 등으로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평소에 꾸준한 운동량과 근력을 유지해 노년기에도 청·장년기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는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노년기엔 50% 정도 만성질환을 지니게 되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개인적으로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계속 등산을 즐기기 위해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성인병에 해당하는 고혈압, 대사증후군,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질환은 6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거의 50% 이상에서 이환되어 있으므로, 등산하는 성인의 40~50%는 이미 기존 질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존질환에 대한 철저한 대처와 더불어 산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예컨대 당뇨환자가 저혈당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 사탕 등의 당분과 ‘당뇨환자 인식표’, 만약에 발생될 수 있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에 대비한 니트로글리세린 등의 응급약, 응급환자 발생 시 도와줄 수 있도록

응급처치법의 숙지 등이 필요하다.

또한 천식이 있는 환자라면, 심호흡과 차가운 공기 등으로 인해 천식발작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흡입제

(벤토린 등)를 반드시 지참하고 다녀야 한다.

또한 동계 산행 시엔 한파에 의해 뇌혈관의 수축이 유발될 수 있고, 그로 인한 뇌졸중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모자를 착용해야 한다.


산행과 자전거 타기, 찰떡궁합 대체운동


이상적으로는, 산에 오르기 전에 자신의 체력을 정량화해서 어느 정도의 산행이 가능한지 미리 점검한 후

산행에 나서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가파른 산의 경사가 20도 정도이므로, 러닝머신의 경사도를 16~20도에 맞추고 시간당 몇 km의

속도로 걷기가 가능하며, 얼마나 오랜 시간 걸을 수 있는지 파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병원이나 스포츠의학센터에서 미리 심폐기능이나 근력을 측정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쉬운 방법으로는, 일반적인 계단의 경사도가 25도임을 감안하여 아파트 1층 높이를 3m로 계산해서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연습을 하면서 자신의 체력을 측정할 수도 있다.

25층 아파트를 끝까지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다면 급경사의 산을 고도 100m가량 쉬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추었다고 간주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전거 열풍이 불면서 산행과 더불어 남녀노소 없이 가장 즐기는 레포츠가 된 듯하다.

자전거 타기는 산행 시 사용하는 무릎 주위의 근육들을 강화시켜 줌으로써 근력저하가 우려되는 노인들에겐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하산 시 가장 큰 고통이 되는 무릎통증을 감소시켜 주는 매우 좋은 운동이다.

그러므로 산행과 자전거 타기는 상호 사용하는 근육이 미묘하게 다르면서 각기 부족한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므로,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밖에서 자전거 타기가 힘든 환경이라면, 고정자전거를 집에서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씩 타는 것도 좋은

대체운동이 될 수 있다.


지금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속도로 6시간의 장기산행을 마치고 파안대소하며 하산하던 82세인 두 부부를

잊을 수 없다.

인생 100세!  삶이 다할 때까지 산행할 수 있도록 오늘도 꾸준히 산에 오르시는 어르신들께 찬사를 보내며,

필자도 올해 목표로 무릎 주변의 근력 강화와 꾸준한 운동 및 식이조절로 3㎏의 체중 감량을 달성하고

허리 근육 스트레칭과 더불어 유연성과 평형 능력을 좀더 보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출처] 월간 산 201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