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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남한 2,600여 산 올라 산 할아버지 이종훈 옹

HL5FXP (玄心) 2007. 11. 20. 13:37

[피플] 남한 2,600여 산 올라 산 할아버지 이종훈 옹


남한 2,600여 산 올라 산 할아버지 이종훈 옹
“1주일에 두 번 산행…죽을 고비 여러 차례 넘겨”  

남한에 등산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산이 몇 개나 될까? 사람에 따라, 기준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해발 300m 이상 되는 산만 치자면 3,000개 가까이 되고, 그 이하이지만 섬에 있거나, 등산할 만한 산까지 포함하면 대체적으로 4,0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1주일에 한 번씩 빠지지 않고 꾸준히 산에 간다면 산술적으로 50년 걸려 2,500개 산을 오를 수 있다.

이종훈 옹(73)은 지금 2,600개 산을 올랐다. 정확히 지난 10월16일 2,598개 산 정상을 밟았다. 한 마디로 산에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산에 다니는 사람한테 ‘산에 미쳤다’는 말은 전혀 욕이 아니다. 오히려 듣기 좋은 말에 속한다. 이종훈 옹은 언제부터 산에 미쳐 이렇게 산에 다녔을까?

“어릴 적부터 산에 다니는 걸 좋아했지만, 특별히 의미를 두고 다니지는 않았다. 여태까지 북한산과 도봉산은 수십 차례 다녔지만 그 때 기록은 없고, 그냥 올랐을 뿐이다.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건 큰 아들이 대학 산악부에 들고나서부터다. 아들이 암벽, 빙벽을 하니 불안하고 안쓰러워 쫓아가서 밥해주다 내가 산에 다니게 됐다. 아들이 78학번이니 나도 78년부터 본격 등산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기록도 남겼다.”

당시 김 옹은 미8군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다른 직장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직장생활 하면서도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 이상 산에 가려고 했다고 한다. 미8군은 그 때부터 주5일 근무였다. 그렇게 산을 다니다 96년 퇴직한 뒤 횟수가 확 늘어났다. 97년 20년 넘게 걸려 1,000회 돌파했지만, 그 이후 10년만에 2,500회 기록을 훌쩍 넘었다. 이는 김 옹이 퇴직하고 난 뒤부터는 산행횟수를 배 이상 늘렸기 때문이다. 2,000회부터 그는 산 정상에 항상 리본을 달아 흔적을 남겼다. 웬만히 산  타는 사람이면 산 정상에서 그의 리본을 한두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산 좀 타는 사람들의 상징인 백두대간 종주를 그는 벌써 91년에 끝냈다. 87년에 낙동정맥을 종주했고, 94년엔 호남정맥 종주까지 마쳤다. 백두대간이란 이름이 일반화되기 전의 일이다.  

산행하다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20년 전쯤 홍천 운무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 삼복더위에 물과 간식을 별로 챙기지 않고 가다 산 초입에서 이미 음식은 떨어져 버렸다. 정상까지 갔으나 거의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발을 헛디뎌 쥐가 나기 시작했다. 한번 나기 시작한 쥐는 탈진과 더불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1시간 걸려 내려올 하산길을 무려 5시간 이상 걸려 굴러 내려오다 시피 했다. 겨우 집까지 찾아왔지만 산을 얕보고 쉽게 여겨 호되게 당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또 한번은 일본 북알프스에 갔을 때 발생했다. 태풍이 오는 와중에 올라갔다. 비를 맞고 올라가다 그치지 않은 비로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다. 떨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인 저체온증에 걸렸다. 말로만 듣던 저체온증까지 경험했다. 다행히 같이 간 동료가 조난신고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련도 그에겐 산을 타는데 넘어야할 하나의 장벽에 불과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새로운 산을 찾아갈 것이다. 산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내가 생각했던 길이 예상 시간과 맞아 떨어지나 하는 생각뿐이다. 예상대로 맞으면 이중의 행복감에 빠진다.” 그 나이에도 그는 호기심으로 충만했고, 분명 산에 미쳐 있었다.〈遠〉

[출처] : 월간 산 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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