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영남지역

팔공산 종주(파계사~갓바위) - 03년 10월25일 산행

HL5FXP (玄心) 2003. 10. 25. 00:09

팔공산 종주(파계사 - 서봉 - 동봉 - 신령재 - 능성재 - 갓바위 - 약사암) 03년 10월25일 산행


(사진 설명)
파계봉에서 바라 본 팔공산 정상 비로봉
-,능선 끝을 따라서 아득히 멀리(약 5km 넘어)구름 속에 가린 곳이 비로봉  
-,구름에 가려 정상의 방송 중계용 시설물들이 보이지 않고 있음
-.종주 목적지인 갓바위/관음봉은 아득한 비로봉에서도 오른쪽 멀리 능선 따라서
다시 약 9km를 더 가야했음.


나머지 사진은 여기
팔공산   클릭


산행일자 : 03년 10월25일(토)
-,2003년도 제 35차 산행

산행지 : 팔공산(八公山, 대구광역시/영천시/경북 군위군, 칠곡군)

산행자 : HL5FXP 단독

산행코스 (팔공산 주릉 종주) :
파계사 - 파계재 - 파계봉(991.2m) - 서봉(1,041m) - (비로봉/오도재 우회) -
동봉(1,155m) - 염불봉 - 신령재 - 능성재 -  노적봉 - 관봉(갓바위/850m)
- 약사암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약 17km(8시간30분 - 중식 및 휴식 40분 포함)

주차장(파계사 집단시설지구) - (1.2km/24분) - 파계사 - (너덜지대, 1.2km/39분)
- 파계재 - (1.1km/34분) - 파계봉 - (톱날바위 구간, 4.0km/2시간03분) - 서봉
- (중식 및 비로봉 우회/오도재,  1.1km/59분) - 동봉 - (염불봉/병풍바위 구간,
2.7km/1시간15분) - 신령재 - (2.6km/1시간10분) - 능성재 - (1.6km/31분) -
노적봉 - (0.4km/26분) - 갓바위 - (1km/22분) - 약사암 주차장  


대구 인근인 구미에 사는 까닭에 팔공산이 당연 처음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의 팔공산 산행은 수태골로 올라 비로봉(*통신 중계 설비지역으로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나 현지 근무하시는 DS5USH 오엠의 협조로 서너 차례 출입)을 거쳐 동봉을 갔다 다시 수태골로 내려오던 가 아니면 동화사로 내려오던 게 전부 이었던지라 주봉인 비로봉을 기준으로 좌. 우 20여km의 능선을 자랑하는 팔공산 주릉능선을 언제한번 타 봐야지 싶었는데 생각난 김에 눈(雪) 내리기 전에  한번 다녀오자 싶어 다녀온 이야기 입니다.


(09시32분) 파계사 집단시설지구(야영장 입구) 공영 주차장
여기저기 찾아보니 팔공산 주릉종주는 8~9시간 걸린 다 되 있고 한편 가을 해가 짧은 것을 고려, 늦어도 여덟시부터는 산행을 시작하려 했는데 어찌 저찌 하다 막상 구미에서 차 끌고 현지 도착해 보니 이미 아홉시 반이다.

(09시44분) 파계사(※) 일주문 통과
주차장에서 부터 일주문까지는 상당한 경사인데다 새까만 아스팔트 포장도로 인지라 결코 편한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 삼림이 울창하고 계곡도 얼핏 얼핏 보이는지라 그런대로 걸을 만하다.
다만, 고약한 것은 아직 아침나절임에도 뻔질나게 오르내리는 차량 행렬, 거기에 더해 예외 없이 “문화재관람료”라는 것을 내야 한다는 점.
평소 사찰 문화재에는 별무 관심인 나지만 어쨌거나 1,000원을 시주 할 밖에 - 그런데 차타고 뿅 하면서 올라가는 중생들한테는 주차료?/관람료를 안 받던데 그들은 부처 전(前)에 직접 시주하나?

※파계사(把溪寺)
절 이름이 파계사라 하여 계를 받은 불교도(佛敎徒)들이 계를 깼음을 의미하는 파계(破戒)를 연상하고 파계사는 그럼 파계승(破戒僧)들을 수용(?)하는 파계사(破戒寺). 이럴 분이 혹 계실지 모르겠는데 절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니 파계는 잡을 파(把), 계곡 계(溪) 자를 써서 계곡을 잡는다는 의미라고. 다시 말해, 절 주위로 아홉 갈래나 되는 물이 흘러내려오는데 그리 놔두면 땅의 지기(地氣)가 흩어지게 되므로 절 아래 연못을 파고 물줄기를 모았기에 그래 파계사(把溪寺)라고 한다는 이야기.

(09시56분) 본격적인 등산로 입구 도착
일주문을 거치고도 파계사 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 주차장부터 따져보니 이십 여분이 넘었다.
아래 주차장에서 확인한 팔공산 산행안내도를 감안 파계재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어림잡아 절 오른쪽이려니 하고 갔더니만 웬걸 정반대인 왼쪽 끝이란다.
덕분에 별로 생각 없는 절 구경을 할 판인데 늦었다는 마음이 앞서니 보이는 게 없다.
등산로 입구에 기념 삼아 母校(고교동기 산악회) 꼬리표를 하나 달았다.

(10시18분) 한티재/파계재 갈림길
저 아래 주차장부터 가파르던 비탈은 경내(境內)에서만 잠시 평지를 맛보게 할 뿐 계속된다. 다른 점은 파계사까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 절을 벗어나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면 전형적인 너덜지대라는 것 뿐.
어쨌거나 좀 걷다보니 왼쪽은 한티재, 오른쪽 방면으로는 파계재 라는 팻말이 보이는데 한티재 쪽은 사람 다닌 흔적이 거의 없어 보이는 게 산길이라기보다는 그저 산등성이로만 보인다. (길 없는 길 : 최인호 소설?,  도 닦을 중생들이나 다니는 길인가 보다)

(10시28분) 약수터
산길에서 조금 벗어난 비탈 중턱에 돌로 쌓여진 약수터가 하나 보인다.
긴 자루가 달린 붉은 색 플라스틱 바가지가 얹어져 있지 않았으면 무심코 지나 갈 그런 곳이다.
어른 머리, 둘 정도 들락거릴 만한 구멍이 보이고 안에는 맑은 물이 고여 있긴 한데 돌 주변에 초록 이끼가 두둑하니 올라있어 아주 급하지 않은 이상 물 마실 일은 없겠다 싶다.

(10시35분) 파계재 - 능선안부
약수터를 벗어나서 한 5분이나 걸었을까 가까이 능선안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안부에 올라서니 울긋불긋 산행 표지기며 이런 저런 팻말이 여기가 파계재 임을 알려준다.
파계사에서 여기 파계재 까지는 1.2km, 능선을 타고 왼쪽으로 가면 한티재 휴게소이고 거리는 2.0km, 오른쪽 능선으로 6.2km를 더 가면 동봉(東峰)이란다.
아울러 “정상등산로165번” 이라는 스테인리스 팻말이 박혀있다.(※나중에 보니 정상 -頂上이 아닌 正常임 - 등산로 팻말의 1번은 최종목적지였던 관봉/갓바위 입구에 박혀있었고 팻말간 거리는 약80~100m 정도 되는 듯싶었음. 대충 165 - 1 x 100m = 16.4km)

(10시59분) 파계재 1km/서봉(西峰) 4.0km 팻말
파계사 등산로 입구부터 파계재를 거쳐 동봉 방향 주능선으로 계속 이어지던 너덜지대도 진작에 끝나고 드디어 전형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싶더니 동봉은 어디가고 서봉까지 4km라는 표지가 보인다.

(11시09분) 파계봉
능선 길로 한참을 걷다보니 그럴듯한 봉우리가 하나 나오는가 싶다 갑자기 시야가 탁 터지며 헬기장이 하나 나타난다.
사방 조망이 좋아 단풍든 팔공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능선 진행방향으로 보니 구름이 걷히면서 팔공산 주봉인 비로봉의 방송 중계용 시설물(안테나)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게 한참하고도 한참 더 저 멀리라 언제 저까지 가겠나 싶다.
한편, 비로봉이 저거면 그 좌. 우로 보이는 봉우리가 서봉(/삼성봉)이고 동봉인가 이러다 나 말고도 헬기장 한 구석에 스님 한분과 중년의 여인네 한분이 더 있는 것을 비로소 확인 했다.      
가만 보니 두 분은 늦은 아침을 하려던 참 인가 버너 위에 올려져 있는 코펠에서 김 모락 올라오는 밥을 푸던 스님 가라사대, 아침 안 했으면 같이 하잖다....그런데 목소리 들어보니 비구니(比丘尼)스님.
나는 염화미소(拈花微笑)로 답을 대신하고 걸음을 재촉 할 밖에.

(12시03분) 톱날바위 지대 통과
파계봉을 지나 부터는 된 비알길이 바위와 함께 시작되는데 여기가 주차장 산행 안내도에서 보았던 소위 톱날바위 지대인가 보다.
경사가 약간 있고 바위들은 지 멋대로 이지만 적당한 곳 마다 밧줄이 늘어져 있어 별달리 어려움 없이 통과가능하다.
산행 표지로 확인한 현재 위치는 파계재에서 2.9km 떨어진 지점  

오늘 나의 팔공산 산행을 알고 있던 같은 HAM 동호인 클럽(TDXC, www.tdxc.org)에 속해있는 DS5TGK 오엠이 초단파대(VHF)무전기를 통 해 마침 나를 호출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능선에서 내려 대구에서 보면 산자락에 가린 곳을 통과하는 중 이었던지라 이쪽 신호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한단다. 저쪽 신호는 이쪽에서 큰 변화 없이 크고 깨끗하게 잘 들리는데. 주파수를 하나 정해 놓고 교신 종료(긴급 시에는 셀룰러 폰 보다 이게 더 빠를 듯싶다)    

(12시31분) 파계재 3.7km/서봉 1.3km 표지 통과
여기서 비로소 오늘 처음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몇 만날 수 있었는데 물어보니 수태골에서 무슨 암자인가를 거쳐 올라왔다고들 한다.
능선에 바람이 세차 여기서 부터는 윈드쟈켓을 꺼내 입었다.  

(13시12분) 서봉
1차 목표지인 서봉에 도착.
파계재로부터는 5.1km, 동봉 까지는 1.1km 라는 팻말이 보이고 아울러 팔공산 산행 안내도도 큼지막한 게 있다.
오늘 계획은 실질적 정상인 팔공산 제2봉, 동봉에서 점심을 할 생각이었는데 숨 좀 고를 겸 최종 목적지인 관봉(갓바위)까지 안내도를 살피다 보니 진짜 갈 길이 아직 하고도 한참 이다.
에라,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데 점심을 여기서 하자(13시37분 중식완료, 다시 출발)

(14시00분) 오도재 통과
팔공산 제1봉인 비로봉은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일반인 출입금지라 서봉에서 비로봉을 거쳐 동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은 탈 수가 없기에 서봉 지나서는 한참을 내려왔다 다시 동봉으로 올라가 능선을 타야하는 데 서봉 - (비로봉) - 동봉 우회 능선 안부가 오도재.

(14시11분) 동봉(東峰)
팔공산은 불교유적이 많은 곳으로 소문 난 곳으로 동봉 근처만 해도 마애약사여래좌상(대구유형문화재 제3호),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대구유형문화재 제20호)이 있다는데 좌상은 본 적이 없고 입상은 몇 차례 본 기억이.
아무리 토요일이라지만 파계재를 넘어 서봉 올 때 까지 본 사람 숫자가 열 손가락을 다 못 채우나 싶더니 여기서 부터는 동봉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세어볼 일 없지만 알려져 있기를 99계단 이라고)이 비좁을 정도로 등산객이 벅적댄다.
동봉 정상의 이정표를 보니 동봉에서 파계재 6.2km, 서봉 1.1km, 신령재 2.7km, 갓바위 7.2km 란다.
벌써 해는 넘어가는 데 쉽게 생각해도 아직 오늘 여정의 절반이 꼬박 남은 셈이다.

(15시26분) 신령재
이정표 : 동봉 2.7km/동화사 3.5km, 공산폭포 3.0km, 갓바위 4.2km
동봉에서 신령재까지의 구간에는 도중에 염불봉 병풍바위 구간이라 불리 우는 암릉이 있어 짧으나마 짜릿한 릿지 산행을 맛 볼 수 있었든 것은 좋았는데 여기서 아무래도 시간을 좀 끌었던 바람에 해 떨어질 시각과 갓바위 까지 아직 4.2km를 보니 그만 동화사 쪽으로 하산할 까 하는 마음이 슬슬 생기는데 그래도 언제 또 오늘처럼 종주 해 보랴 싶어 계속하는 것으로 결정.

(15시47분) 헬기장/신령재 - 능선재 상의 안부
이정표 : 동봉 3.7km/갓바위 3.5km
신령재에서 1km 정도 진행하니 헬기장이 하나 나오는데 풍광도 좋고 햇볕도 따뜻해서 여기서 오늘 산행에 있어 서봉에서의 중식 이래 처음으로 10여분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다.
물도 좀 마시고 초콜릿도 몇 개먹고 다시  DS5TGK 오엠을 불러 교신도 좀 하고
하니 어느 정도 원기가 회복된다.
  
(16시36분) 능성재
이정표 : 갓바위 1.8km, 은해사 5.5km
갓바위까지 능선 길로 약 3km 정도 남겨 놓은 지점부터는 선본사(갓바위 부처를 관리하는 절)가 보이기 시작하는 데 까마득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멀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초행길의 산행지인지라 야간 산행 준비를 안 하고 왔기 공연히 마음이 또 급해진다.

(17시07분) 노적봉
능성재를 지나서도 잘 준비 된 보조 자일을 이용 해 암릉을 몇 개 넘어 왔지만 이번 것은 생김새를 보아하니 큼직한 바위덩이 들이 아마도 추정하건데 노적봉이라는 곳을 통과하는 듯싶다.
그렇다면 최종 목적지인 갓바위 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
한편, 바위들 밑이 온통 시커멓게 그슬린 데다 일부에는 아직 불이 붙어있는 초가 있는 것으로 보아 소원 성취를 빈다고 하는 종교 의식인가 본데 특정 종교에 대한 好. 不好를 떠나 보기에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이런 가을철 건조기에 저러다 산불이라도 나면....그렇다고 가서 끄고 갈 수도 없고 !!

(17시25분) 정상등산로 1번 표지판
10여분 전에 능선재 1.2km/갓바위 400m, 북지장사 2.0km 라는 표지판이 있어 진짜 얼마 안 남은 줄 알았지만 표지판 1번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파계재에서 165번을 본 게 10시35분 이었는데 어느 틈에 7시간이 흘렀다는 얘기다.

(17시33분) 관봉/갓바위 부처
1번 표지판에서 조금 더 진행하니 드디어 그 유명한 갓바위(부처)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이미 어둑해졌건만 오르고 내리는 사람이 엄청나 보인다.  
갓바위 부처(관봉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는 불교신도들 사이에는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영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일 년 내내 전국 최고의 기도처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나는 불교를 포함한 어느 특정 종교의 신자도 아닌지라 그저 그런 가 정도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산을 몇 개나 넘어 걸어 왔으니 영험하시다는 부처께 그저 마음속으로 산이나 잘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는 정도로 인사는....
한편, 지극정성 기도드리는 분들을 보니 유난히 중년의 여인네 들이 많았는데 미루어 짐작하건데 대입(大入)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이 며칠 안 남아 이 땅의 불쌍한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위한 것 아니겠나 싶다.

(17시58분) 약사암 주차장 - 하산 완료
출발지인 대구 파계사로 가려면 갓바위 부처에서 경산방면으로 내려가야 대구행 차편을 쉽게 구한 다는 데 이미 해도 진데다 한 1시간 정도는 걸어가야 한다는 소리에 그만  보다 가깝다는 약사암 주차장 이라는 곳으로 내려왔더니 아뿔사 여기는 아직도 깊은 산중이나 마찬가지다.
별 수 있나 염치 불구하고 내려가는 차를 보고 손 좀 흔들었더니 티코 한대가 서준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애 하나와 부부가 탓 던데 약사암으로 해서 신령재까지 등산을 다녀가는 길이라고, 이들 덕분에 대구방면 버스며 택시가 다니는 큰 길까지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갓바위 부처한테 산이나 잘 다닐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더니 티코가 서주었나 그분들이 이 글을 볼 기회가 있겠나만 은 이 자리를 빌려 새삼 감사드린다.


HL5FXP 2003/10/28

재작년 부터 산행을 다시 시작한 이래 모처럼 힘들었던(실제로 거리와 시간, 코스
자체가 그랬음) 산행의 하나.

출발 시각이 아홉시 반 이었던지라 산행 여덟시간이 지나서 부터는 해 떨어지는 걸
느껴야 했고 야간 산행 채비를 미처 안한 상태였던지라 중간에 조금이라도 더 지체
했으면 달도 없는(10월25일은 음력 시월 초하루로 그믐 상태)산길에서 큰 낭패를
볼 뻔 했음.



팔공산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