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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00대 명산' <4> '한국의 100명산'으로 선정된 산 비교] 100명산 선정, 정부와 전문가 합의 필요할 듯

HL5FXP (玄心) 2018. 10. 30. 11:38


산림청·블랙야크 명산 선정 기준 조금씩 달라… 무슨 차이일까?

2007년 산림청은 우리나라의 산의 숫자가 총 4,440개라고 발표했다. 이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자연지명 자료를 기초로 다양한 분야의 검토를 거쳐 조사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산으로 분류될 만한 지명을 지닌 곳이 1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시각에 따라서는 산의 개수가 더 많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우리나라의 산 중에서 100개의 명산을 골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높이와 경관, 문화적 가치 등 선정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이라는 숫자가 지닌 상징성 때문에 여러 단체에서 ‘한국의 100명산’을 나름대로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다.

‘100개의 명산’이라는 개념은 미국의 제임스 램시 울먼James Ramsey Ullman이 1954년에 펴낸 <등산의 시대The Age Mountaineering>란 책에 처음 등장한다.

그는 책의 권말부록에 ‘One Hundred Famous Mountains’란 제호를 달고 세계의 명산 100개의 목록을 만들었다.


명산 선정 기준의 다름이 결과에 반영

지금 통용되는 ‘한국 100명산’과 같은 개념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의 유명 산악문학가 후카다 큐야深田久彌는 산의 품격, 역사, 개성 세 가지를 명산 선별기준으로 삼아 100개의 명산을 추렸다. 그는 이 산들을 직접 답사해 <日本百名山>에 담아냈다. 1964년 발간되어 스테디셀러가 된 이 책은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일본에 100명산 탐방열풍을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100명산’을 선정해 알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공식적인 첫 사례가 ‘2002년 세계 산의 해’를 맞아 발표한 산림청의 ‘100대 명산’. 각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100개의 산을 선정해 공개했다. 이후 이 명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산을 소개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

2009년 발간된 <한국백명산기>는 우리나라의 100명산을 다룬 최초의 책이다. 월간<山> 필자였던 고故 김장호 동국대 교수가 199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썼던 글을 모은 유고집이다. 우리 산을 가장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답사기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회장 강태선)는 소비자를 위한 도전 프로그램으로 ‘명산 100’ 인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블랙야크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6만 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본지가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과 산림청의 ‘100대 명산’, 블랙야크의 ‘명산 100’은 적지 않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산을 선정하는 기준과 시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역사, 경관, 지리, 인기, 자연공원을 선정기준으로 세운 본지는 최대한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산을 선정했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은 대중성과 지역적인 균형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야크 ‘명산 100’은 각 지역을 대표하며 실제 탐방 가능한 곳들로 산을 선정했다. 인증 프로그램 운영의 편의성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 입장이 다르니 선정된 100개의 산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뛰어난 산들은 빠짐없이 들어 있다.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계룡산, 속리산, 한라산, 내장산, 가야산, 덕유산, 주왕산, 북한산, 치악산, 월악산, 소백산, 변산, 월출산, 무등산과 같이 국가에서 지정한 산악국립공원은 예외가 없다.

남한산, 연인산, 주흘산, 청량산, 가지산, 연화산, 선운산, 두륜산, 마이산, 팔공산, 천관산, 칠갑산 등 도립공원도 본지 선정 목록에는 거의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항목부터 다른 ‘100명산’ 명단과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도립공원의 산은 각 지역을 대표할 만한 곳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규모나 산세, 풍광 등 절대평가에서 다른 산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성 연화산의 경우 산림청과 본지 선정 100대 명산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블랙야크 ‘명산 100’에는 빠져 있다. 가평 연인산은 본지와 블랙야크 명단에는 들어 있지만 산림청에서는 선정하지 않았다.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은 본지에서만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 봉우리다. 도립공원이면서 역사적 가치도 지닌 곳이라 경관이나 산세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올렸다.


약 80%의 명산은 의견 통일



팔영산. 본지는 제외했지만 산림청과 블랙야크가 선정한 100명산에는 포함되어 있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



금대봉 검룡소.


본지가 세운 100대 명산 선정 원칙 가운데 ‘오대강 발원지의 산’ 항목에 해당되는 곳이 총 8곳이다. 강의 발원지는 샘이나 골짜기지만 역시 산자락에 위치한 곳들이다. 대부분 잘 알려진 산이지만 그동안 명산으로 대접받지 못했던 곳도 적지 않다.

본지가 선정한 금대봉, 신무산, 병풍산, 천상데미는 다른 기관의 100명산 명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금 생소한 산이라 할 수 있다. 대중적으로 주목받았던 곳은 아니지만, 국토의 중요 요소인 강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 곳들이다.

‘경관적 가치를 지닌 산’을 100명산의 기준으로 도입한 것은 다른 기관의 시각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특히 야생화와 진달래, 철쭉과 같은 봄꽃이 좋은 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고려산, 영취산, 천주산, 서리산 등 높이나 산세 등 다른 기준으로 보면 함량 미달인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행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테마라는 점에서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대부분 명산은 조망도 좋지만, ‘조망이 뛰어난 산’을 늘 명산으로 꼽는 것은 아니다.

조망이 좋아도 산세나 역사적 가치 등 다른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대산, 진악산, 민둥산, 장수 백운산 등이 순수하게 조망의 가치만을 따져 본지에서 선정한 산들이다. 그밖에 조망이 좋은 산은 많이 있지만, 대부분 자연공원으로서의 산, 역사적 가치로서의 산, 많은 사람이 찾는 산 등의 항목 등에서 중복됐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은 대중적인 인기를 기준으로 삼아 선정한 명산이다. 이름난 명산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산도 인기가 높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 주변의 산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도봉산, 과천 청계산, 모악산 등 도시 근교의 산들이 명산으로 선정됐다. 홍천 팔봉산과 춘천 삼악산은 특유의 도드라진 산세와 더불어, 주말이면 줄을 설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는 높은 인기가 100대 명산 선정의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본지가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 중 산림청의 ‘100대 명산’, 블랙야크의 ‘명산 100’과 중복되는 산은 총 79개다. 즉 21개의 산이 산림청과 블랙야크가 선정한 명산과 겹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기존에 산림청과 블랙야크가 선정한 명산이 모두 120개이므로, 세 곳의 100명산 리스트에 들어 있는 산은 모두 141개가 된다. 명산 선정 기준의 차이가 만들어 낸 결과다. 하지만 본지와 산림청, 블랙야크가 선정한 100개의 명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으로 내세우는 데 손색이 없는 곳들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가볼 만한 산들임에 틀림없다.



월간山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과 타 기관 선정 산의 차이점










월간산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에만 있는 산(21개)

계룡산(거제), 고려산(강화), 금대봉(태백, 검룡소), 남한산(경기 광주), 마대산(강원 영월), 문수산(봉화), 문암산(홍천), 민둥산(정선), 백운산(전북 장수, 경남 함양), 병풍산(전남 담양, 가마골), 서리산(경기 남양주), 수락산(서울, 경기 남양주), 연인산(경기 가평), 영취산(전남 여수), 일월산(경북 영양), 제암산(전남 장흥), 진악산(충남 금산), 천상데미(전북 장수, 진안, 데미샘), 천주산(경남 창원), 천황산(전북 남원, 만행산), 토함산(경북 경주)


월간산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에는 없지만 다른 기관 리스트에는 있는 산(40개)

가야산(서산/블랙야크), 감악산(원주/블랙야크), 공작산(홍천/산림청), 광덕산(천안/블랙야크), 구병산(상주, 보은/블랙야크, 산림청), 구봉산(진안/블랙야크), 금수산(제천/블랙야크, 산림청), 깃대봉(신안/산림청), 달마산(해남/블랙야크), 대야산(문경, 괴산/블랙야크, 산림청), 덕룡산(강진/블랙야크), 덕항산(삼척/블랙야크, 산림청), 도락산(단양/블랙야크, 산림청), 동악산(곡성/블랙야크), 무학산(마산/산림청), 바래봉(남원/블랙야크), 반야봉(남원/블랙야크), 방장산(장성/블랙야크, 산림청), 방태산(인제/블랙야크, 산림청), 백암산(순창, 장성/블랙야크, 산림청), 백운산(정선/블랙야크, 산림청), 백운산(포천/산림청), 오봉산(춘천/블랙야크, 산림청), 오서산(홍성/블랙야크), 용봉산(홍성/블랙야크), 용화산(춘천/블랙야크, 산림청), 운악산(가평, 포천/블랙야크, 산림청), 운장산(진안, 완주/블랙야크, 산림청), 유명산(가평, 양평/블랙야크, 산림청), 천성산(양산/블랙야크, 산림청), 천태산(영동, 금산/블랙야크, 산림청), 청화산(괴산/블랙야크), 추월산(담양/산림청), 축령산(장성/블랙야크), 축령산(남양주/산림청), 태화산(영월/블랙야크, 산림청), 팔영산(고흥/블랙야크, 산림청), 황석산(함양/블랙야크, 산림청), 황악산(김천/블랙야크, 산림청), 황장산(문경/산림청)



* 표의 산 높이는 각 기관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출처] 월간 山 [584호] 20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