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드디어 점봉산에 산길 열린다

HL5FXP (玄心) 2011. 2. 24. 20:46

 

 

         [ 출처 : 月刊  山  2011년 2월 ]

 

          [겨울 점봉산 르포] 감격! 드디어 점봉산에 산길 열린다

진동리 기점 16.4km 원점회귀 코스 사전 답사,설악산국립공원 편입 후 곰배령~점봉산~단목령 구간 개방 예정

점봉산(1,424.2m)은 설악산국립공원에 속하는 봉우리다. 하지만 지금껏 점봉산 전체가 국립공원 구역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정상이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동쪽 자락인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는 공원지역이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공원 구역을 조정하며 이 일대 산록이 새롭게 국립공원으로 편입됐다. 잘 보존된 수림과 아름다운 자연이 국립공원의 조건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이다.

진동리는 전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눈 많은 동네다. 그만큼 사람이 살기 어려운 오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포장도로가 나고 터널이 뚫리며 그런 심심산골의 분위기는 사라졌다. 게다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정규 등산로가 개설될 예정이라  앞으로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점봉산 등산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주능선 일대가 설악산국립공원 구역으로 묶이며 일부 구간의 산행이 통제됐다. 이 중 진동리에서 점봉산으로 연결된 코스가 올해 안에 정식으로 개설될 예정이다. 예전부터 곰배령과 점봉산~단목령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점봉산 실크로드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 곰배령을 오르는 사람들. 강한 바람에 바닥에 쌓여 있던 눈이 남아 있지 않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박용환 계장 일행과 점봉산 등산로를 개방에 앞서 현장을 답사했다. 자원보전과 소속인 박 계장은 이번 공원구역 조정 타당성 조사를 위해 점봉산을 열 번 이상 올랐던 주인공이다. 오색분소의 권기현, 양승국씨도 이번 산행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동행했다.
“공원구역으로 편입된 점봉산 지역은 활엽수 원시림으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곳입니다. 이미 이 일대 2,049ha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인제국유림관리소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 편입으로 특별히 바뀌는 것은 없어요. 공단에서 관리하는 등산로의 개설로 오히려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 중반쯤 등산로 개방될 듯

겨울철 곰배령 가는 길은 말 그대로 눈밭이다. 큰 눈이 한번 내리면 엄청난 적설량에 발이 묶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동리에서 조금 외진 곳에 차를 세웠다가는 눈이 녹을 때까지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물론 포장도로가 없었던 그 옛날이야기다. 하지만 지금도 양수발전소 입구에서 진동리 삼거리까지는 여전히 비포장도로로 남아 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다. 하지만 강원도는 적설량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진동리에 쌓인 눈도 20~30cm 정도에 불과했다. 주민들은 늦어도 2월 초까지 큰 눈이 내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붕이 보이지 않던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허리까지 빠지는 눈은 흔하기 때문이다.

진동리 삼거리에 개인이 운영하는 널찍한 주차장이 들어섰다. 찾는 이들이 많아지다 보니 자생적인 시설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주차장에서 강선리로 이어진 임도 초입에도 큼직한 건물이 생겼다. 북부산림청이 운영하는 점봉산생태관리센터로 작년 11월에 개소한 시설물이다. 산림자원유전자보호림을 관리하고 곰배령 생태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설악산국립공원 분소도 이 근처에 생길 예정이다.


▲ 점봉산 능선에 위치한 괴물 주목. 우산처럼 자란 가지가 하늘을 덮었다.
강선리 가는 길은 눈이 쌓여 있었지만 널찍하고 평탄했다. 경운기나 소형 트럭이 오갈 수 있는 규모다. 오래전의 구불구불하던 산길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주차장에서 2km 정도 떨어진 강선리 마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옛날 깊은 산골의 오지가 이제는 최신식 별장들이 들어선 휴양단지가 된 것이다.

“작년에도 세 채나 새로 지어서 이제 20가구 정도 될 겁니다. 이 동네에는 집짓기가 어려워요. 자재를 운반하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공기 하나는 좋지요.”

마을 끝집에서 만난 할머니가 지나가는 취재팀을 보고 인사를 했다. 그 집도 최근에 지은 듯 아직 주변이 어수선했다. 이 마을 끝집을 지나면 꽁꽁 얼어붙은 계곡을 건너는데, 이 물줄기 건너편부터 새롭게 지정된 국립공원 구역으로 들어간다.

곰배령까지 이정표 등 안내시설 충분

산길은 호젓하고 완만했다. 계단과 목책 등 깔끔하게 단장한 시설물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산림청에서 지난해 설치한 것들이다. 현재 점봉산생태관리센터는 곰배령까지 편도 4.8km를 왕복하는 생태안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안내판과 이정표 등을 세운 것이다. 향후 국립공원 기준에 맞춰 이러한 시설물에 대한 보완이 추진될 예정이다.

활엽수와 전나무가 혼재되어 자라는 독특한 숲을 지나 오르니 멀리 하늘금을 그린 곰배령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눈이 많지 않아 의외로 산행이 쉽게 진행됐다. 하지만 날씨가 유난히 추워 숨을 쉴 때마다 코 속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목출모를 뒤집어쓰고 발을 동동 구르며 빠르게 걸었다. 추위를 이기는 데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곰배령이 가까워지자 나무들이 작아지며 서서히 시야가 터졌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산 너머 멀리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두대간 너머로 굵직하게 뻗은 설악산 자락도 눈에 들어왔다. 끝청과 중청, 대청봉이 사이좋게 솟아 있다. 이렇게 시야가 좋은 것은 추위 때문이다. 낮은 기온 탓에 공기 중에 수증기가 거의 없어 멀리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곰배령 정상에는 지그재그로 디자인된 목조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고원 초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설물이다. 바람이 심한 곳이라 고갯마루에는 눈이 다 날아가 땅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데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가 세워져 있다.

▲ 1.진동리 삼거리에 새롭게 들어선 점봉산생태관리센터. / 2.탐방객을 위한 데크가 설치된 곰배령 정상. / 3.작은점봉산 능선길의 심설. 바람이 만든 작품이다. / 4.작은점봉산과 점봉산 사이의 평탄한 능선에서 본 내륙의 산 병풍.
이 시설은 아타김이라는 예술가의 ‘The Project - Drawing of Nature’라는 설치 미술이다. 이 앞의 안내판에 ‘인간의 간섭 없이 캔버스가 스스로 자연의 흔적을 채집하는 프로젝트’라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 바람, 눈 맞은 캔버스의 앞날이 궁금하다.

곰배령에서 점봉산 가는 산길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하지만 이 구간의 등산로 조사와 설계, 시공을 마치면 정식 탐방로로 열어줄 계획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는 최소한의 시설로 현 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위험지역에는 안전시설이 추가될 수 있다.

점봉산 오르는 능선길 조망 탁월

곰배령을 벗어나 작은점봉산을 향해 올랐다. 그다지 급하지 않지만 꾸준하게 이어지는 오르막에서 숨을 헐떡였다. 비교적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눈이 쌓여 있었지만 누군가 희미하게 지나간 흔적이 있어 어렵지 않게 정상에 섰다. 하지만 작은점봉산 정상부에 이르니 바람에 몰려와 쌓인 눈이 제법 깊었다. 족적도 사라져 잠시 길을 잃었다. 하지만 빤히 보이는 점봉산을 향해 곧바로 치고 오르니 다시 길이 나타났다.

작은점봉산 지나 널찍한 능선에서 보는 조망도 뛰어났다. 특히 귀둔 방향으로 시원스럽게 솟은 수많은 내륙의 봉우리들이 감동적이었다. 바다와 설악산이 어우러진 모습도 좋았지만, 첩첩산중이 그려내는 산수화 역시 나름대로의 멋이 있었다.

주능선 상의 주목 군락지에서 점심을 든 뒤 정상을 향해 올랐다. 점봉산 직전의 오름길은 스키 슬로프처럼 광활했다. 불어대는 바람으로 보아 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는 환경임이 분명했다. 그래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은 아니었다. 춥긴 했지만 맑은 날씨에 바람까지 조용하니 다행이었다.

곰배령에서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에 점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맨땅이 보이는 정상에는 듬직한 표지석 하나가 외롭게 서 있었다. 이곳은 설악산 서북릉을 보는 전망대로 최고의 장소였다. 대청봉에서 끝청~귀때기청봉~안산으로 이어지는 긴 줄기가 바로 앞에서 병풍처럼 펼쳐졌다. 특히 너덜지대에 눈이 쌓여 설벽이 형성된 귀때기청봉은 스위스의 미봉 마터호른을 연상케 했다. 망대암산 일대의 화려한 암릉도 눈길을 끌었다.

▲ 1.정상부를 향해 오르고 있는 사람들. 기온은 낮았지만 바람은 심하지 않았다. / 2.점봉산 오름길 중간의 전망대에서 동해를 바라보고 있다. 멀리까지 시야가 터지는 날이었다. / 3. 표지석과 이정표가 외롭게 서 있는 점봉산 정상. / 4. 점봉산 답사에 동행한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 왼쪽부터 권기현, 박용환, 양승국씨.
백두대간 산길은 멧돼지 천국

정상에서의 짧은 시간을 뒤로하고 백두대간을 따라 단목령으로 출발했다. 오색에서 점봉산으로 연결된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어 길은 뚜렷했다. 정상에서 내려서는 부분의 급사면을 지나면 능선의 경사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등산로 주변은 빼곡하게 나무가 둘러섰다. 조망을 기대하기 힘든 곳이다.

오색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능선을 따라 직진했다. 단목령까지는 오르내림이 비교적 적은 능선길이다. 의외로 길이 넓었는데, 산길이 멧돼지 발자국으로 어지럽다. 길을 따라 나란히 걸어간 것이 있는가 하면, 이리저리 산길을 가로지른 것도 많았다. 발굽이 뾰족한 것에 찔렸는지 피가 묻어 있는 발자국도 있었다. 숲이 우거지고 능선이 완만해 멧돼지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점봉산 정상에서 단목령까지는 6.6km로 제법 먼 거리다. 능선길이지만 주변에 구릉지가 많아 산길이 뚜렷하지 않을 때는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산길이 정비되면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상에서 2시간 반 정도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갑자기 고도가 떨어지며 고개로 내려섰다. 목적지인 단목령이다.

단목령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설치한 지킴터가 있다. 백두대간 종주객 단속을 위해 설치한 곳인데, 앞으로 등산로가 개설되면 그 역할이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남쪽 계곡을 타고 정확히 1km 거리에 출입통제용 목책이 나타난다. 이 출입문을 지나 마을길을 따라 600m 걸어 나오면 출발지점인 진동리 삼거리에 닿는다. 진동리 기점의 점봉산 원점회귀 산행은 겨울철 당일로 뛰기에는 확실히 뻐근한 거리였다.

▲ 점봉산 정상에서 본 서북릉. 왼편에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귀때기청봉이다.

산행 길잡이 Guide 하루 100명 입산… 인터넷 예약시스템 가동 중

진동리에서 점봉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하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아직 정식으로 길이 개방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곰배령까지는 북부산림청 점봉산생태관리센터(033-463-8166) 홈페이지(http://supannae.forest.go.kr/)의 인터넷예약시스템을 통해 접수하면 합법적인 산행이 가능하다. 탐방인원은 선착순 100명으로, 팀은 30명을 넘길 수 없다. 입산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동절기에는 오전 10시와 11시에 인제국유림관리소에서 배치한 숲 해설가나 등산안내인의 안내를 받아 탐방할 수 있다. 향후 입산예약시스템은 관리주체가 변동될 수 있으나 제도는 존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예방기간(봄철 2.1~5.15)에는 입산이 통제된다.

산행기점인 진동리 삼거리 주차장에서 강선리까지는 경운기가 다닐 만한 길이 나 있어 오르기 쉽다(약 2km). 강선리에서 곰배령까지는 1시간 30분~2시간가량 걸린다(3.5km). 눈이 많이 내리면 이 구간을 통과하기 어렵다. 곰배령에서 점봉산까지 가는 구간은 전형적인 능선길로 바람이 심하고 눈이 깊다(3.3km).


점봉산 정상에서 단목령 방향으로 내려서면 급경사 내리막이 한참 이어진다. 40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물소리가 작게 들리는 계곡길이 갈라진다. 이 가는골을 타고 내려서도 진동리 삼거리 방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길이 나빠 백두대간길을 타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주능선을 따라 평탄한 능선을 지나 다시 나타나는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오색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주능선을 고집하면 단목령까지는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눈이 많을 때는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점봉산에서 단목령까지 6.6km.

단목령에서 진동리까지는 평지나 다름없는 느슨한 경사의 계곡길이다. 30분이면 족한 거리다(1km). 진동리 삼거리에서 곰배령을 거쳐 점봉산에 오른 뒤 단목령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산행은 총 16.4km 거리로 산행에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교통

진동리로 가려면 자가용 차량을 이용한다. 현리에서 택시를 대절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버스도 진동리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포장도로도 겨울에는 빙판이 지고 눈이 많아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서울 방면에서 접근할 경우, 홍천에서 들어서는 도로가 여러 가닥이다. 철정 검문소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로를 따라 아홉사리고개를 넘어 상남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가깝지만, 겨울철 눈이 쌓여 있다면 위험하다. 눈이 많고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인제까지 가서 31번 국도를 타고 현리로 남하하는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현리에서 방태천을 따라 동쪽으로 난 도로를 들어가다 조침령 터널 직전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끝까지 들어가면 진동리다. 승용차로 40분쯤 소요된다.

대중교통편은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4회(09:10, 12:20, 13:45, 16:40) 운행하는 현리행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요금 1만8,200원, 3시간 소요. 현리에서 진동리 설피밭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택시 요금 6만 원 선. 현리 버스터미널 033-461-5364. 현리택시 033-461-5800, 461-5318.

숙식 (지역번호 031)

진동리 일대의 펜션에서 숙박이 가능하나 예약을 해야 한다. 꽃님이네집(011-9873-7829), 세쌍둥이네 풀꽃세상(010-9159-2531) 등이 산길 입구에서 가깝다. 숙박요금 5만~10만 원 선. 조침령 터널을 지나 양양의 미천골자연휴양림(033-673-1806)도 거리가 멀지 않다. 평일 요금 4만~6만 원. 주말 성수기 7만~9만8,000원.

/ 글 김기환 기자 | 사진 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