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영남지역

운달산(김룡사-대성암-냉골-장구목-운달산-화장암-김룡사) 04년4월04일

HL5FXP (玄心) 2004. 4. 4. 20:19

운달산(김룡사 - 대성암 - 냉골 - 장구목 - 잘록이 - 운달산 정상 - 화장암 - 김룡사) 04년 4월04일 산행



(사진 설명)
위 : 운달산 산행도
아래 : 입산금지


산행일자 : 2004년 4월04일(일)
-,2004년도 제11차 산행

산행지 : 경북 문경시 산북면/문경읍 소재 운달산(雲達山/해발 1,097m)

산행자 : HL5FXP 단독

산행코스 :
김룡사 - 대성암(입구) - 냉골 - 장구목(주능선 안부) - (잘록이/암릉지역)
- 운달산 정상 - (금선대) - 화장암 - 대성암(입구) - 김룡사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약 9km (4시간 23분 소요 - 10시44분 산행시작/15시07분 산행종료)

특기사항 :
장구목부터 운달산 정상까지와 하산 길의 금선대 부근까지 4월 답지 않게 눈(雪),
특히 북사면인 잘록이 일대는 발목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많은 눈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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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연휴를 맞이하여 지난번부터 별러왔던 경북 문경의 운달산을 다녀왔다.
사실 지난 2월29일에도 운달산을 올라보겠노라고 차량에 장착된 네비게이션
시스템만 믿고 따라갔다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하니 성주봉(聖主峰/해발 961m)
이라는 암봉을 했었기 이번에는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운달산으로 입력하지
않고 운달산 산행의 기점이 되는 김룡사(金龍寺/금룡이 아니라 "김룡" 임)로
했더니 구미에서 김룡사(*)까지는 불과 87km라고 나온다.

(*김룡사는 경북 문경시 산북면 운달산에 있는 사찰로 일제 강점기에 31본산의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 한마디로 유명하고 큰절 이라는 이야기, 자세한 것은 여기 http://100.naver.com/100.php?where=100&id=30804 참조)
  
10시39분, 운달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산림법 제97조에 의거 운달산은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입산을
통제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나 붙어있다.
그래서인가 대형(관광)버스를 기준으로 적어도 30여대는 넉넉히 주차할 만 한
너른 곳 이건 만 관광버스는커녕 승용차조차 한 대 안 보이는데 가만 보니
여기서도 김룡사 까지는 차량으로도 꽤 가야하는 눈치다.

10시44분, 계속 차를 몰고
김룡사 일주문을 옆으로 통과하여 사찰 경내에 들어서니 승용차가 서너 대 주차
되어 있는 게 보이고 아울러 사찰 참배객이 아닌 한눈에도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예닐곱 올라가는 게 보인다.  

10시48분, 일주문에서
불과 3~4분 대성암 입구라는 곳에 오니 FRP로 만들어진 산불감시원 초소에서
빨간 모자를 쓴 아저씨가 나오더니 멀리서 오셨네요 하고 인사를 한다.
가만 보니 조금 전에 올라간 사람들의 일행으로 나를 착각한 듯싶고 나중에
정상에서 만나 대화를 나눠 보니 그들은 사전에 문경시청 산림과에 입산신고를
했단다.(졸지에 깍두기가 된 셈이다)

10시56분, 대성암 삼거리라는 곳에 도착했다.
김룡사 일주문 통과할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가만 보니 산 입구가 오대산 못지않게
쭉쭉 하늘로 뻗은 울창한 전나무 숲이다.
어림짐작으로도 수령 수백 년에 높이가 한 삼십 미터는 족히 되 보인다.
삼거리 표지판에는 좌측으로 가면 화장암(華藏庵), 직진하면 냉골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와 별개로 걸려있는 또 다른 안내판을 보니 화살표와 함께 운달산 정상은
냉골 방향 이라고 명기 되 있다.   초행이니 안내판을 따를 밖에.

11시41분, 냉골 이름답게 물소리가 시원한
냉골계곡을 옆으로 끼고 부드럽지만 조금은 시커매 보이는 흙길과 역시 시커먼
돌무더기로 구성된 너덜지대들을 번갈아 가며 한참 올랐나 싶은데 갑자기 눈앞이
밝은 초록빛으로 가득해 진다.
군락을 이룬 조릿대의 초록에 더해 이름 모를 풀들이 새싹을 내밀고 있어 비발디의
사계(四季)중 봄 첫 소절이 연상되는 것은 좋은데 여기서부터 머리 위로 보이는
능선 안부까지는 경사가 제법인 된 비알 길.

11시56분, 능선안부인 장구목에 도착했다.
휴대용 고도계로 높이를 측정 해 보니 800m라고 나온다.
이곳은 초행인 사람이 도움을 받을만한 표지판이나 산행 표식용 꼬리표조차 안
보여 다음 발걸음을 어디로 해야 하나 잠깐 생각을 하게하는 곳인데 비알 길
올라오느라 거칠어진 숨도 다스릴 겸 차분히 살펴보면 남서쪽(좌측)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정상 방향 일 것이라는 감이 절로 오게 되 있다.

12시14분, 장구목에서도 희끗하니
눈(雪)을 보긴 했지만 북사면으로 들어서니 여기는 눈이 발목까지 차오른다.
해발 1000고지의 산 이라고는 하나 4월에 눈길을 밟을 수 있다는 게 한편 신기하고
한편 신난다.   이 맛이 산을 오르게 하는 거라.

12시51분, 계속 눈길을 헤치며
암릉 세 개 인가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보니 길이 두 갈래로 나오는데 내리막으로
이어진 길은 눈 위에 사람 발자국이 선명하고 오르막으로 연결 된 길은 하얀 눈이
그대로 이다.
산행 표지용 꼬리표로 보아 두 길 모두 정상방향이 확실 해 보이는지라 기왕이면
다른 사람 발길 안탄 곳으로.
오르막은 경사가 약 50여도에 높이 10미터 정도의 암릉으로 이어졌는데 큰 무리
없이 오를 정도이고 올라서보니 앞이 탁 터지는 게 일대 조망이 일품이다.
그래 조망도 살필 겸 보온병에 준비해간 따끈한 중국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좀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왁자지껄 사람소리 들리나 싶더니 남녀 혼성의 부대가
들이 닥친다.
산행 시작할 때 산불 감시원을 착각하게 했던 바로 그 일행이었는데 시끄럽기도
하고 그들도 쉴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겠다 싶어 그만 일어설 밖에.
그런데 여기 전망대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주 고약했다.
산길이라는 게 올라가는 길은 조금 경사가 있다 해도 극복하기 쉽지만 내리막은
어디 그런가.
아까 두 갈래 길에서 어째 오르막으로 발길이 없다 싶더니 여기 내리막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그런 고얀 길이다.
더구나 눈이 하얗게 덮여있어 어디다 어떻게 발을 디뎌야 될지도 모르겠고.
등산화 속으로 눈이 파고들고 엉덩이가 푹 젖을 정도로 미끄럼 두 번 타면서
간신히 내려오긴 했는데 밑에서 쳐다보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내 뒤 따르던 그 혼성부대는 아무래도 여인네가 끼어서인가 발 딛을 곳이 눈에
훤히 띄게 내가 러셀 아닌 러셀을 해 놓았건만 자기들 끼리 한참을 쑤군대더니
결국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회로를 택하는 눈치다.  

12시57분, 드디어 운달산 정상이다.
정상은 어른들 50여명은 족히 들어찰 만한 꽤 큼직한 공터였는데 그래서인가 사방
조망은 별게 없고 대신 볼 쌍 없는 정상 안내표지가 하나 있을 뿐이다.
표지판은 해발 1097m 운달산 정상이라는 내용과 함께 화장암(금선대)방면과 방금
내가 올라온 길인 대성암(냉골)만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표지 뒤편으로 보이는
길이 성주봉(聖主峰)과 당포리로 연결되는 또 다른 산행 길이다.  

13시17분, 중식으로 컵 라면을
한 그릇(?)해치웠기 뱃속은 따끈한데 몸은 찬기가 느껴진다.
바람도 제법 불어대는데다 4월이라 해도 눈이 남아있는 산 이고 보니 추울 만도
하다.      
그렇다고 윈드쟈켓을 꺼내 입을 정도는 아니었기 그저 등산조끼 하나 걸치는
것으로 땡하고 배낭을 추 슬려 하산 시작.

13시55분,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화장암 방면으로 하산 길을 잡았는데 정상에서 한 5분 정도 걸으면 헬기장이 하나
보이고 이후 한 500여 미터 정도까지는 능선이 계속되는데 여기까지는 계속 하얀
눈길이다 갑자기 능선이 끊어지며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된다.
등산로를 여기로 택했으면 올라올 때 고생깨나 했겠다 싶을 정도로 아주 급경사다.
(소백산 희방사 방면 오르막을 연상하면 됨)

14시36분, 화장암 삼거리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벌써 화장암이면 금선대는 어찌된 건가?
산 아래며 정상의 표지판에서도 이름이 계속 보이던 걸로 보아 금선대 라는 곳이
여기 운달산에서는 꽤나 유명 짜한 곳인가 본데 내려오는 길에 어디로 사라졌는지
한 눈 판적도 없건만 여하간 건너뛰고 내려왔나 보다. 그렇다고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14시44분, 내리막에서 본 화장암은
초록빛 소나무 숲을 뒤로 하고 작은 연못을 앞에 둔 아담하니 예쁜 전형적인 절집
이었다.
산길과 경계를 삼으려 했나 큼직하니 그야말로 집채만 한 자연석에 잇대어 이런
저런 크기의 호박돌로 절을 에둘러가며 담을 쌓아 놓았는데 그 담장 높이가 그리
높지 않고 적당하여 보기가 참 그럴 듯한 데다 진달래를 비롯한 이런 저런 꽃들이
주변에 활짝 피어있어 화장암(華藏庵)아닌 화장암(化粧庵)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15시07분, 대성암 입구를 거쳐
다시금 김룡사 주차장으로 돌아옴으로써 하산 완료.

(뱀발/蛇足)
산행 시작할 무렵 주차장 입구에 뭔가 시커먼 물건을 잔뜩 늘어놓은 좌판을 벌려
놓는 걸 보았는데 혹시나 해서 가 보았더니 ‘헛개나무’ 열매를 팔고 있단다.
헛개나무가 간(肝)에 좋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서 술꾼답게 흥미를 나타냈더니
좌판 아저씨 말을 빌리면 세상에 이와 같은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겠다 싶다.
열매를 조금 잘라 씹어보니 흡사 곶감 맛이다.
여하튼, 대충 흥정해서 한 바가지에 거금 2만원을 주고 왔는데 시골 아저씨가
‘바가지’야 씌웠을까나 싶다.      

HL5FXP 2004/04/09

가는 길이 좀 복잡해서 그렇지 다시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그런 좋은 산 이었음.
그리고 헛개나무, 물 석되에 헛개 열매 한 웅큼을 넣어 끓여 마시라고 해서 요 며칠
마시고 있는데 맛이 괜찮은 편이고 기분에도 술 발이 잘 받는 느낌.





사진 설명
(위) 4월 임에도 눈에 덮혀있는 운달산 정상 가는 길
(아래) 운달산 정상 이정표 앞에서





사진 설명
(위) 화장암 뒷모습
(아래) 화장암 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