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영남지역

지리산 천왕봉(백무동-장터목대피소-천왕봉/원점 왕복) 09년 1월31일~2월1일

HL5FXP (玄心) 2009. 2. 1. 16:27

산행일자 : 2009년 1월31일(土) ~ 2월1일(日)/1박2일
-,09년 제3차 산행

산행지 : 경남 산청군 지리산 천왕봉(智異山 天王峯/1915m)
※천왕봉은 행정구역 상 경남 산청군에 위치

산행자 : HL5FXP 외 13명
-,고교동문(동기 1명 + 후배 12명)들과 함께

산행코스 : 백무동 - 하동바위 - 참샘 - 소지봉 - 장터목 대피소 - 제석봉 - 천왕봉(원점왕복)

산행거리 : 약 15km(도상거리)

산행 시간 : 10시간34분 (아주 여유있게 천천히 牛步山行)
1일 차 : 4시간46분(백무동 13시01분 ~ 장터목 대피소 17시47분)
2일 차 : (1차)2시간25분(장터목 대피소 06시06분 ~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08시31분)
           (2차)3시간23분(장터목 대피소 10시06분 ~ 백무동 13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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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산행을 같이했던 11년차 후배 - 이번 산행 팀의 막내 - 의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막내라 하여도 사십대 초반 (hi)

드디어 내일 지리산 천왕봉으로 일출산행을 간다는 들뜬 마음으로 장을 보러 나섰다.
선배님들이랑 같이 정한 이것저것 재료들을 사면서 웃음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한~가득 장을 보고 마지막으로 방이 시장에서 족발까지 준비하고 김밥은 아침에 살 요량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생전 처음가보는 지리산에 대한 설렘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 하게한다.

이번에도 알람시간보다 어김없이 먼저 떠진 눈으로 다시 한 번 꼼꼼히 준비물을 체크하고 동기인 영석이를

집 앞으로 불러(짐이 많아서) 같이 택시타고 약속장소인 올림픽공원역으로 향했다.
마지막까지 가는 것을 결정하지 못하셨던 애숙 큰누님께서 아침 일찍 문자를 보내셨다.
여전한 미모 때문이신지, 아직도 새장속의 새라시며 꼭 같이 가서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고 싶었는데 안되겠다며

아쉬움을 뒤로하셔서 대신 소원을 빌어드리겠노라 말씀드리며 내심 요번엔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앞에서

기다리시는 분은 없으시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종인형님께서 착각을 하고 그리로 택시를 타고 가시다 급변경해서 그래도 제시간에 오셨다...^^
지리산 종주도 여러 번 하신 산행안내자겸 특별 초청된 산악인 영훈 형님부터 따스한 순두부를 준비하시느라

맨 마지막에 도착한 한수 형님까지 13명이 8시40분경 지리산을 천왕봉을 꿈꾸며 미니버스에 올랐다.
젊고 마음씨 좋게 생기신 한 기사님(하지만 11회 선배님들 산악회인 올라가줌 전용버스라서 그런지 음악은

계속 뜨로또만 나온다는 거...^^)과

인사한 후에 넉넉한 우리만의 공간 안에서 항영 형님께서 특별히 준비해 오신 복분자 원액을 소주에 섞으시면서

"너무 마니 섞으면 새벽에 산장에서 고생 좀 할 거야"라며 조금씩만 타시더니 경상남도까지 가는 넉넉한 시간적

여유 때문인지 결국 원액은 소리 소문 없이 모두 사라졌다.
덕분에 야기된 천일야화는 이따가 소개하겠습니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먹고 마시다보니 차는 어느새 백무동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구미에서 차량으로 직접 오신 원각현 형님께서 이미 도착하셔서 등산화를 여미고 계셨다.
반갑게 모두 인사 나눈 후에 12시 30분경 지리산에 오르기 시작했다(다시 그때의 감동이...^^)

오른지 얼마 안 되서 지리산을 확인시켜주는 표시가 눈에 띈다.
곰을 만났을 때의 주의사항과 위기대처법, 지리산 반달곰도 혹시 볼 수 있기를 은근히 바라며 전혀 위기의식

없이 올랐다...왜냐면 "공"같은 귀연누나가 처리해 줄 테니까(1298번 댓글참조)...^^
산행 안내자이신 영훈 형님 말씀 "처음은 오솔길이니까 여유롭게 오르다보면 본 코스가 나올 거야"
헉!!! 이게 오솔길이면 본 코스는, 과연 지리산이군, 잔뜩 긴장하며 또 오른다.
날씨는 거의 봄 수준이어서 살짝 실망이지만 정상에서 아름다운 눈을 기대하며 모두들 몇 겹씩 껴입었던 옷들을

모두 벗어 배낭에 매고 싱그러운 잡풀들과 대나무숲길도 통과하며 또다시 오른다.
처음 표지판에 장터목산장까지 5.8키로 라고 씌여 있었지만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었는데 오르다보니 서서히

느껴진다, 더구나 산장에서의 1박으로인 한 배낭의 무게가 더욱더 실감나게 만들었다.
하동바위 아나방 다리를 철렁거리며 건너니 이제야 바닥에 눈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온도도 약간 내려간

기분이든 다, 들이쉬는 공기에도 상쾌한 시림이 녹아있는 듯 느껴졌다.  오르면 오를수록 쌓인 눈의 두께가 점점

두꺼워져 아이젠을 착용하고 옷도 덧껴입고 마지막 힘을 내서 오르다보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일몰의 장관

지리10경중의 하나라는 반야낙조를 보았다...^^
힘들고 지친 몸이었지만 이런 풍경들 때문에 다시 찾고 또 오르고 상사병에 걸리고 그런 것이리라.
이윽고 눈 안에 장터목산장이 마치 대궐처럼 들어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이 날 뻔했다.
걸음을 재촉하여 6시 조금 안돼서 산장에 도착 부실한 점심으로 인한 배고픔과 추위로 지친 몸을 달래주려

음식과 알콜을 마구 마구 쟁겨넣는다.
취사장에 사람이 꽉 차서 처음엔 외부에서 추위와 용감히 맞서며 먹었는데 성숙 누님께서 취사장 한켠이

빌거 같으니 가서 자리 잡자고 하신다.

덕분에 우린 추위에서 해방되어 이번엔 산의 긴 밤과 맞섰다.


각현 형님께서 산장에서 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며 알콜의 힘 또는 약의 힘을 빌려야지만

잘 수 있다고 귀띔해주셨다.
우린 당연히 알콜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먹고 마셨다.
어느덧 소등시간인 8시가 한참 지나고 12시 조금 안되서 술도 다 먹고 피곤도 몰려오고 마지막으로 선명한

밤하늘의 별을 보고 들어와서 빈자리에 옷 입은 상태 그대로 누웠다.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서일까 아님 오전에 항영 형님의 특별한 복분자 때문일까 자다가 꿈에 그린 듯이

몽롱한 눈에 아름다운 속살이 들어온다.
희디흰 하얀 속살이 마치 천상의 선녀인양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며 살포시 쓰다듬다가 정신이

번쩍 나서 눈을 비비고보니 준성 형님의 뒷모습이다.
머리도 곱슬곱슬 길어서 살짝 묶었고 나시 차림으로 팔을 담요 밖으로 빼고 자고 있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겸연쩍음에 뒤돌아 누웠지만, 아쉬운 마음은...좋았었는데...쩝...^^;;
그러케 천일야화는 물거품이 되고 여기저기 팀스피리트 훈련 상황에 따른 탱크소리 장갑차소리, 가끔씩 폭탄

터지기 직전의 고요함 후에 터지는 소리들로 어쩔 수 없이 4시 30분에 일어났다.
각현 형님의 귀뜸 아니었음 4시간도 못 잤으리라...^^
장터목산장에서 천왕봉까지 1시간 거리여서 7시 30분경의 해돋이를 보려면 6시 조금 넘어서 출발하면 되기

때문에 우린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다시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이기 위해 모였는데 물이 부족해서 종인 형님

승호 형님 영석이가 150미터 아래에 있다는 물 나오는 곳으로 뜨러갔고 우린 있는 물로 라면과 찬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물 뜨러 가신 분들이 안 오신다. 출발시간 20분 남기고 오셨는데 고생이 말도 아니었단다.

어둡고 경사도 심해서 다시 올라와서 아이젠을 차고 내려갔는데 물은 찔찔 이에다 줄도 길고...
결국은 아침을 못 먹고 일출 보러 출발했다, 완전 죄송하고 미안하고...
배낭은 대부분 산장 한곳에 모아두고 새 장가가는 꼬마신랑처럼 들뜬 마음으로 천왕봉을 향해서 사뿐사뿐 출발했다.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에 나타나는 실정상 풍경들, 가슴시린 고사목 얼음나라에 들어온 것 같은 눈꽃동굴,

바다위에 떠 있는것 같은 운해들에 저절로 탄성이 흐른다.
그렇게 해발 1915미터인 천왕봉 정상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출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들도 그 무리에 합류해서 각자 자리 잡고 마음속 소원들을 준비하며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기다린다.
여기저기서 탄성소리가 터지면서 새색시의 부끄런 빨간불처럼 서서히 서서히 해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해일 텐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다가 나도 모르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라만

보게 됐다, 말이 필요 없는 가슴 뭉클한 감동...
내주위엔 좋은 선배님들만 있을 뿐이고 그래서 첫 지리산 천왕봉 산행에서 일출을 봤을 뿐이고 소원만 욜라

마니 빌었을 뿐이고~~~~~~~...^^
그런 감동을 받아서인지 배고픈 줄도 모르고(하긴 이른 새벽에 저는 마니 먹었으니...^^;;)
다시 장터목산장으로 내려와서 물 뜨러 다시 한 번 영훈 형님과 병율 형님이 갔다 오시고 남은 음식들을

데우고 끓여서 먹고 아쉬운 맘 뒤로한 채 하산 길에 올랐다.

배낭은 한결 가벼워 졌지만 오랜 산행에 지친 몸과 밤사이 녹았던 눈이 얼어서 모두들 한두 번씩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쪟고 준성 형님은 발목을 약간 접질렸지만 거의 내려온 시점이라 그래도 다행이었다.
역시 오랜 세월 취권(?)으로 다져진 승호 형님만 계속 비틀거리면서도 한 번의 미끄러짐 없이 무사히 내려왔다.

주유를 못했는데도 내공이 장난 아니시다, 저도 꽤 연마했었는데...^^
모두들 더 이상의 사고 없이 무사히 하산해서 1시 50분경 버스에 올랐다.

각현 형님께서 함양시내에서 푸짐한 점심을 사주셔서 1박2일 동안의 허약(?)해진 몸을 완전 보충하고

- 정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서울로 출발했다.

지리산에 오르면서 힘들 때마다, 그리고 산장의 불편함과 추위로 인해 다음에 또 가자면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었는데 오늘 후기를 쓰면서 하루도 안돼서 그때가 그립고 함께 산행했던 선배님들도 보고 싶어지는 건

저도산사람이 되 가고 있는 증건가요 영훈 형님?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일출 보면서 모두들 소원 빌었을테지만 올 한해 모두모두 모든 일들이 잘 될 거라 다시

한 번 빌어봅니다...^^
다음 산행을 기다리며...이상 끝

 

HL5FXP 2009/02/04 

설 연휴가 끝나갈 무렵,
후배 DS1RJX와 고교동기 산악회 '올라가줌'의 총무를 맡고 있는 친구로 부터 거의 동시에 서울동부지역 거주 동문들을

중심으로 지리산을 계획 중이니 같이 가자는 꼬심이....
1월 3째 주에는 HAM 강습회 때문에....4째 주는 설 연휴를 보내느라 연 2주를 산에 못 갔던지라 몸이 뻑뻑하여 주말에

어디든 갈 계획이었는데 가만 따져보니 구미에서 이번 지리산 산행의 들머리인 백무동 까지는 승용차로 2시간 반 남짓.
그래 쭐레쭐레 묻혀서 다녀왔음.

 

 

 

 

 

 

 

 

 

 

 

 

 

2011년 10월8일 성삼재 ~ 천왕봉 ~ 중산리 코스로 다녀왔던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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