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구미 금오산(金烏山)

금오산(채미정 - 대혜폭포 - 금오정 - 현월봉 - 약사암 - 마애석불 - 대혜

HL5FXP (玄心) 2007. 4. 26. 23:15

산행일자 : 2007년 04월26일(土)
-,2007년도 제17차 산행

산행지 : 경북 구미시 금오산(金烏山/해발 976m)

산행자 : HL5FXP외 6명(高校동기 및  선. 후배 동문 들)

산행코스 : 금오산 주차장 - 대혜문 - 대혜폭포 - 할딱고개 - (계곡길) - 대혜담 - 금오정/성안

              - 현월봉(금오산 정상) - 약사암 - 마애보살입상 - 할딱고개 - 대혜문 - 주차장

산행거리 : 약 8.5km

산행시간 : 10시55분 - 17시20분

 

 

 

 

 

 

 

 

 

 

HL5FXP 2007/05/02

중국 친구는 공부가주/孔府家酒에 비할 수 있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시절의 얘기다. 1994년 어느 날, 중국 길림성에서 출장 나온 국장급 간부 일행을

초청하여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는 길림성 주한 경제무역대표처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어서

중국 손님 접대가 비교적 빈번하던 때였다. 당시는 필자 역시 중국 현장을 여기 저기 누비며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여서 중국 친구[朋友]를 접대하는 일은 하나의 호기심이요, 배움을 위한 좋은 기회로 여기기도

하였다. 아뫃든 그날도 10여 명의 중국 친구들과 만찬을 겸한 술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날 초청된 친구들은 주로 세관[海關]에 종사하는 간부들로서 한국 정부 관련 부서 초청을 받아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였는데, 공식 일정을 마치고 다소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편한 마음으로 필자의

초청에 응한 터여서 인지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과 중국 양국 간에는 수교 직후로서 교류가 막 시작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서는

의례적으로 상투적인 질문을 하기 마련이었다. 즉, 중국 친구에게는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떠냐?”

혹은, 한국인인 필자에게는 “중국이 어떻더냐?” 하는 식이었다. 필자 역시 특별한 생각 없이 “한국을

돌아 본 소감이 어떻소?”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역시 듣던 대로 이구동성으로 “한국은 깨끗하고 질서

의식이 대단하며 경제적으로도 선진국이어서 배울 것이 많았다”며 연신 칭찬하는 말들을 해주었다.

늘 듣던 얘기였지만 필자 역시 흐뭇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친구가 이렇게 되물었다. “당신은 중국 친구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필자는 잠시 생각하다 문득 들고 있던 공부가주에 눈이 갔다. “나는 중국 친구를 이 공부가주(孔府家酒)에

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오.” 순간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 졌다. “여기에는 세가지 이유가 있오이다.” 필자는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이 술병을 보시오. 얼마나 촌스럽오? 내가 만나는 중국 친구들 꾸밈이 별로 없습디다.

옷차림도 그렇거니와 어떤 때에는 머리도 감지 않고 수염도 깍지 않은 채 손님 맞으러 나옵디다.

그러니 이 술병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계면쩍은 웃음으로 긍정해

주었다.

“둘째, 이 병 속에 현재 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아시오?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다가 자주 남은 술이

얼마나 되는지 내기를 하는데 좀처럼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습디다. 내가 만나는 중국 친구들도 속을

알 수가 없습디다. 도대체 쉽게 마음을 드러내질 않는단 말입니다. 그러니 이 공부가주와 중국 친구가

같다고 할 수가 있지 않겠오이까?” 이 말을 듣자 모두가 깔깔대며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맞다. 맞아.”


“마지막 이유를 말하기 전에 각자 잔을 채우고 한 잔씩 건배하십시다. 자, 우리들의 건강과 한중 양국의

우의를 위하여! 건배!” 모두들 큰 소리로 건배를 외쳤다. “여러분! 술 맛 어떻습니까?” “좋습니다(팅하오!)”

“그래요. 내가 만나는 중국 친구들 다소 촌스럽고 마음 속을 알기 어렵지만, 사귀면 사귈수록 좋습디다.

진정한 친구는 바로 처음엔 다소 사귀기 어렵지만 사귈수록 깊은 정을 주고 믿음을 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가 아니겠오?” 모두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당신이 중국 친구를 잘 알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공부가주에 대한 비유는 정말 멋있었오.” 하면서.

그날 우리는 거의 1인당 한 병씩을 마셨다. 덕분에 술값은 많이 나왔지만 기분은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필자는 많은 한국인 친구들에게 이 말을 소개하며 중국 사업의 특징과 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하여 중국(인)을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을 말하고 싶다. 같은 내용이라도 긍정적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며, 그러한 관점에서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또 할 말은 하는 것이

중국 친구를 사귈 때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김대중 칼럼)